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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78) Q. 나이를 잘 먹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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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이를 잘 먹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성경을 보면 시메온이라는 노인이 나오는데 저도 그분처럼 주님 은총 안에서 나이를 먹고 싶습니다.
 
 A. 글쎄요. 나이를 잘 먹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어쨌든 자매님이 부러워하는 시메온이라는 분에 대해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주셨다."

 참으로 부러운 분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습니다. 이 세상 사람 중에 노인이 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같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떤 사람은 더 무기력해지고, 어떤 사람은 더 활기찬 삶을 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자 셀리그먼은 `유연한 시간관념`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유연한 시간관념이란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은 현재의 문제가 일시적이며 통제할 수 있고, 특정 상황에 국한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교적 낙천적 삶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 비관적인 사람들, 운명론자들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우선 지금의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에 압도돼 매사에 무기력합니다. 또한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전적으로 자기 잘못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사소한 좌절이 매일, 길게는 몇 달씩 그 사람을 괴롭힙니다. 이처럼 자기파괴적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생기를 잃습니다.

 시메온이라는 분은 유연한 시간관념을 갖고 살았던 분이라 여겨집니다. 이분은 구세주가 없어 고난을 겪는 현실에 압도돼 아무것도 못하고 산 것이 아니라, 기다리면서도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렇기에 건강한 노년기를 가질 수 있었고, 나이를 먹으면서도 공동체 안에서 어른으로서 지도자의 삶을 살았던 것입니다. 자매님도 시메온 노인의 삶을 깊이 묵상해보시길 바랍니다.



Q. 주님과 비교하면

 저는 아주 작은 일에도 잘 넘어집니다. 그래서 제 대모님은 늘 저를 보고 `믿음이 약하다`고 하시고, `주님처럼 역경에서도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저는 기운이 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꾸만 주눅이 들고, 주님 앞에서 움츠러드는 기분이 듭니다. 정말 제 믿음이 약해서 이런 것일까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서 늘 야단맞고 자란 데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런 열등감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지요. 대모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저는 신앙인의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곤합니다. 성당을 그만 다녀야 할까 봅니다.

 
 A. 무슨 그런 생각을 하십니까. 자매님이 문제가 있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대모님이 문제가 많은 분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역경을 만날 때가 있는데, 어떤 사람은 잘 견디고 어떤 사람은 잘 넘어집니다. 이렇게 넘어지는 사람들을 보고 "그까짓 것 하나 못 견디느냐"고 말하지만, 그런 말들이 오히려 무지막지한 말들입니다.

 어린 시절 제대로 못 먹고 자란 아이들은 병치레를 심하게 하고 몸의 힘이 약합니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무시당하고 무관심 대상이었던 아이들은 심리적 힘이 약해 작은 일에도 쉽게 좌절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종교인들이 "주님은 이러이러하셨는데, 여러분은 뭐하는 것인가요?"하는 질책성 말들을 하는데, 이런 말들은 아주 위험한 발언입니다. 주님과 자신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인간적 관점에서 봐도 어린 시절을 극진한 보살핌을 받고 자라셨기에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과 비교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또한 어린 시절이 불우했던 분들은 잠재적 우울증을 갖고 있는데, 스스로 심하게 자책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주님은 십자가의 길을 가셨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하는 식의 자기 비난은 건강한 신앙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분들은 불우한 기억으로 뭉쳐진 내재아를 달래주고 위로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주고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그렇게 조금씩 내적 힘을 키워가야 역경을 만났을 때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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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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