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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82) Q. 쉴 새 없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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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쉴 새 없이 사는 삶

  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서 `게으르면 안 된다``낮잠 자면 소가 된다``가난하고 못난 자들이 놀 타령만 하는 것이다``주경야독을 해야 성공한다`는 등의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그야말로 잠도 자지 않고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정말 소처럼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가정도 일구고 재산도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제 마음은 점점 더 공허해져 갑니다. 그토록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직장에서는 물론 아내와 아이들조차 저를 멀리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억울하다는 마음마저 듭니다.
 
 A. 쉬는 날도 없이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찬사가 쏟아집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삶은 사실 그리 건강한 것이 아닙니다. 건강한 사람은 생활리듬을 가지고 삽니다. 긴장과 이완, 일과 휴식, 깨어있음과 잠듦, 타인에게 다가감과 혼자 있음뿐만 아니라 수용과 배척, 혼돈과 당황까지도 받아들이는 다양한 변화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쫓기듯 살아온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일에 파묻혀 살려고 합니다. 왜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가슴 아픈 일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 공포감을 피하기 위해 일로 도망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살다보면 자신의 감정에 무뎌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감정에도 무뎌져서 스스로 지치고 다른 사람들도 지치게 하면서 점차 소외됩니다.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삶의 리듬이 차단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분은 시간이 나면 사람들을 피해 외딴곳에서 쉬는 지혜로운 삶을 사신 주님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루카 4,42).
 


Q2. 포기하라는 것인가요?

 루카복음을 묵상하다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고을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루카 9,5).

 제가 알기로 양 한 마리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 목자의 마음이라고 들었는데, 왜 주님께서는 이처럼 포기하는 듯한 약한 말씀을 하신 걸까요? 저는 선교단체 봉사자인데 만약 제가 방문한 집에서 저를 받아주지 않으면 복음말씀처럼 하라는 것인지요?

 
 A. 형제님 물음처럼 이 말씀을 두고 어떤 분들은 주님께서 주민을 포기하라고 하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포기가 아니라 체념입니다.

 포기와 체념은 어떻게 다른가요? 포기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리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체념은 포기와는 다릅니다. 체념이란 삶의 불완전성과 인간적 유한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행위, 자신이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고 그 대상을 떠나보내는 행위 즉, 포기와는 달리 자기 자신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잃어버린 것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만을 깨끗이 정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래서 체념을 일컬어 과거의 책장을 넘기는 작업이자 현재와 미래에 자신의 마음을 여는 열쇠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체념할 때 한결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자신의 인생길을 계속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체념하면서 진심으로 하느님 앞에서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가 있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인생을 달관한 사람처럼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해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은 체념한다고 하지만 그런 행위는 체념이 아니라 삶과 자신에 대한 냉소이며, 자신의 무능력과 무력함을 합리화시키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체념을 일컬어 `짝퉁 체념``가짜 체념`이라고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때는 두 손안에 그것을 꽉 잡고 있어봐야 소용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때는 차라리 손을 벌려 움켜진 것들을 다 날려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인생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더 좋은 결실을 얻기 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이 진정한 의미의 체념입니다.

 포기는 아둔한 사람들의 행위이지만 체념은 지혜로운 사람들의 선택입니다. 형제님께서는 자신에게 다가온 상황들을 잘 보시고 지혜로운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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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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