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194. 해방의 의미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Q. 루카복음 4장 18-19절을 보면, 주님께서 이사야 예언서를 펴시고 이 대목을 읽으십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이 부분을 묵상하면서 마음이 짠해지는 감동을 받고는 합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는 감이 오지 않습니다. 심리 치료적 관점에서는 이 부분을 어떻게 보는지요?


 
 A. 해방이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제도적 억압에서 벗어나는 해방이 있는가 하면, 심리적 억압구조에서 벗어나는 해방이 있습니다. 주님은 사람들 마음의 해방을 위해 노력하신 분이시기에 심리 치료적 관점에서 복음을 해석하는 것이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선 알아야 할 것은 주님은 인생의 정답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가르쳐주시는 분이란 것입니다. 마음의 해방을 위해서는 인생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나치게 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흔히 논리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분은 세상사 모든 일에서 정답을 찾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사가 우리 머리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거미줄이 이리저리 얽히고 설킨 것처럼 서로 엮여서 진행되기에 답 또한 한 가지가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은 정답이 없고 결과에 대한 설명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가끔 "인생의 정답을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답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서 그 답의 대부분은 오류이거나 자기 착각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울수록 정답을 구하려는 욕구가 더 강해지는데, 그럴수록 오답을 찾을 가능성은 더 커집니다. 따라서 심리적 혼란 상태에 빠졌을 때는 정답을 구하기보다 의미를 찾는 것이 혼란의 늪에서 마음을 건져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님께서도 사람들에게 확실한 정답을 주시기보다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해해주시고, 그런 상황의 의미를 알려주심으로써 사람들 마음을 다잡아주신 분입니다.

 그런데도 답을 계속 구하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분은 심리적으로 유아적 성향이 강한 사람입니다. 인생에는 늘 달콤한 맛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쓴맛을 보기도 하는 것이 인생인데,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항변하는 사람은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려는 유아적 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지요. 이런 분은 아무리 의미를 알려줘도 들으려 하지 않기에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마음의 해방감을 얻으려면 무의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삶은 항상 다른 일면이 존재합니다. 의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즉, 무의식 세계입니다. 무의식 세계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인간 행위를 알기 위해 필연적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곳입니다. 인간 행위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경우보다는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경우가 더 많은데, 이런 행위의 원인을 무의식 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의 무의식은 유령 같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정확한 실체를 볼 수 없으며, 확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또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밤마다 꿈에서 자신을 드러냅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한다는 것은 바로 제대로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인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을 공부하는 것을 자기탐색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믿고자 하는 것은 마음의 병을 고치고자 하는 원의에서 시작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앙생활의 첫걸음은 우리의 삶이 그리 건강치 못하다는 것, 그래서 그리 상식적이지 못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사실 `정상 인간`이란 평균적 의미에서의 정상일 뿐입니다. 인간 자아는 크게 혹은 작게 정신병자 자아와 유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이 다 치유받아야 할 대상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의 영혼을 해방하려면 우선 자기 문제를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시편 50장 14절
하느님에게 찬양 제물을 바치고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 네 서원을 채워 드려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