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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98. 가지지 못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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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성경에서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라는 구절을 발견했습니다. 원래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 편이 아니시던가요? 그런데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부자들 편을 드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대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A. 형제님처럼 복음 내용을 사회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분들은 그렇게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음 내용은 치유적 관점에서 기록된 것이기에 한쪽으로만 해석하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큽니다. 형제님이 보신 내용은 루카복음 8장 16-18절에 나오는 것이지요.

 여기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성장 심리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마다 인생이란 시간과 기회를 주셨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대비적 비유를 드신 말씀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인생이라는 시간은 아주 소중합니다. 절대로 아무렇게나 써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마구 써버리고, 자신을 `헐값 인생`으로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가진 것도 못 써보고 주어진 시간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인생 노숙자처럼 살다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명씨로 사라진다는 것을 경고하려고 하신 말씀입니다.

 인간의 존재 목적 가운데 하나는 사회의 등불이 돼 다른 사람들에게 빛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 등불 같은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요?

 미국 뉴욕대 여성의학자 수잔 코바사는 "도전 정신과 통제, 몰입이라는 세 가지 자질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위기를 위협이 아니라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둘째 외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대처 방식은 언제든지 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위기와 고난을 긍정적 틀로 변화시켜주는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자세를 가지고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요? 말콤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누구나 보통 사람의 범주를 벗어난 인생을 만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턴 역시 "1만 시간의 연습을 해야 장인의 입지를 가진다"고 했지요.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이 나는 그렇게 못 한다고 하면서 뒤로 넘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런 분들은 길게 그리고 천천히 시간을 잡으면 됩니다. 20년, 아니 30년을 잡고 넉넉하게 길을 간다면 크게 성공하거나 세상을 비추는 등불은 못 될지라도 어두운 골목길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밤길에 넘어지지 않게 도울 수 있습니다.

 또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 마음과 신체의 관계, 나와 이웃의 관계, 나와 생명과의 관계, 보호막처럼 존재하는 집단 혹은 사회적 제도와의 관계 등등. 장인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의 성장과 성공은 주위 도움으로 이뤄지는 것이기에 관계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러한 관계들은 얼핏 생각하기에는 별개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의 관계가 성장하면 다른 것들이 연관성을 갖고 성장을 촉진합니다. 주님께서 가진 사람이 더 가질 것이라고 하신 것은 이런 성장의 법칙에 대해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 영성가는 관계의 본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성장에도 관심을 두고 도움을 주고자 할 때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이런 동반자적 관계를 통해 인간은 더욱 인간다워지고, 복음적 인격을 갖추게 되며,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부활 체험을 하게 된다."

 참으로 지당한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누누이 이웃 사랑을 강조하셨습니다. 사랑 실천이 단순한 종교적 행위 차원이 아닌, 인간을 성장시키기 위한 기본적 자세임을 강조하신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말들이 귀에 들리지 않고,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하는 분들, 인생을 허무하게 여기고 노력을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하는 분들은 자신의 무기력증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리고 입이 아니라 온 몸으로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도 "인생이 지루하고 허망하다" "세상을 등지고 싶다"는 식의 말로 인생을 농락하는 분들은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살며 시간의 아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을 생각하십시오.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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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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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1장 76절
아기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라 불리고, 주님을 앞서 가 그분의 길을 준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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