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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02. 믿음이 강한 신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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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제가 아는 한 신자는 신앙심이 강한 분입니다. 늘 저를 볼 때마다 "주님을 굳게 믿으라"고 하고, 제가 조금이라도 하느님께 대한 의심을 하면 저를 아주 심하게 나무랍니다. 그런 그분을 보며 주눅이 들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저도 게으르지 않을 정도로 기도 생활을 하는데, `왜 저 사람만큼 믿음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하면 믿음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A. 형제님 고민은 아마도 형제님만의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신앙인이 가진 고민일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함에도, 믿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믿음에 대한 몇 가지 이해를 돕는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우선 사람이 하느님을 잘 믿지 못하는 이유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인간은 신학적으로 `한계적 존재`라고 합니다.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보는 것, 생각하는 것, 판단하는 것 등 모든 것이 완전치 않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완전한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자신은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 신입니다. 신과 신은 완전한 믿음의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하느님과 인간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불완전한 자가 완전한 하느님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신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갖는 신에 대한 믿음은 늘 한계적이고 부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믿음이 완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대개 사이비 종교인이거나 무능력자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이비 종교인들은 이집트의 왕이 그랬듯 자신을 신의 아들 자리로 승격시켜, 심리적으로 미성숙하거나 심하게 불안한 사람들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고자 스스로 신성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무능력자들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열등감을 스스로 감추고자 자기 무기로 신앙을 내세웁니다.

 성당에서 "내가 세례받은 지 몇 년째야"하며 은근히 자기 자랑을 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정말 신앙심이 깊은 분은 갈수록 겸손해지고, 자신의 믿음이 약함을 고백하는데 반해 새로 입교한 신자들 앞에서 자기 신앙생활 햇수를 자랑하는 것은 가짜 신앙인입니다. 이처럼 사람은 한계적 존재인 까닭에 자신의 믿음이 완전치 않음을 받아들여야 자신을 죄인으로 몰아붙이는 자학적 기도 생활인 `신경증적 기도`를 그만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은 높은 수준의 욕구보다 낮은 수준의 욕구를 갈망하는 경향이 강해서 믿음이 약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 인간이 가진 시야가 넓고 높을 때 강해집니다. 우주 삼라만상을 사랑으로 창조하시고, 키워가시는 신의 힘을 느끼게 되면 믿음이 강해지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안의 영적 욕구가 강해야 합니다. 영적 욕구란 무엇인가요? 사람이 가진 욕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먹고 입고 하는 `생리적 욕구`와 인정받는 등 자아실현을 위한 `정서적 욕구`, 그리고 신과의 일치를 바라는 `영적 욕구`입니다.

 이 욕구들은 피라미드 구조로 돼 있고, 하부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져야만 상부 욕구로 마음이 상승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 결핍 욕구가 강하거나 병적 콤플렉스 혹은 심리적 상처가 크면 심리적으로 환자 같은 상태가 돼 여간해서는 산의 정상에 해당하는 영적 욕구 단계에 올라서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심리적 문제가 해결이 안 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하위 욕구 단계에 머물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갖기 위한 요건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이런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흔들림이 없는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인들 이야기를 듣고는 합니다. 그런 분들 즉, 지나치게 믿음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대개 `반동형성`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마음 안의 불신감을 다른 사람이 알아차릴까 봐 반대로 강한 믿음을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자기 자신을 기만하고 살면 언젠가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곤욕을 치러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미약한 믿음이라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베드로 사도의 삶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자신이 교회 지도자가 된 후 늘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고백했습니다. 약한 나의 죄 속에 사는 나를 인정하면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깊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신앙의 역설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형제님도 기도할 때 `주님 저는 약한 자입니다`라고 기도한다면, 베드로 사도처럼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서서히 자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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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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