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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05. 영성이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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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세례 받은 지 얼마 안 된 새내기입니다. 더 열심히 생활하려고 신심단체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입을 열 때마다 `영성`이란 말을 사용하더군요. 영성이란 말도 생소한데, `저 사람은 영성이 깊다. 저 사람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평가를 합니다. 평가의 기준이 무엇인지요. 그리고 영세한 지 오래된 사람들은 영성이 깊고, 저 같은 새내기는 영성 수준이 낮은 것인지요? 영성이 깊다고 하는 분들이 뒷전에서 이러쿵저러쿵 다른 사람들 욕하는 것을 보면, 영성이 무엇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A. 영성생활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립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주님을 내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그분 가르침을 따라 사는 것을 영성생활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영성생활에 대해 잘못된 편견이 있어 개념을 정리해드릴까 합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영성생활을 사람들을 피해 오로지 기도만 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기도하지 않는 사람들을 피해 오로지 기도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도피적 삶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거의 같은 자리에 놓고 강조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 사람을 피해 하느님과만 대화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가진 문제점을 잘 아셨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피해 홀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가진 문제점은 `자기도취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무의식은 여러 가지 장난질을 많이 칩니다. 홀로 깊은 기도를 할 때 마치 도인이나 성인이 된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줘서 자신이 정신적 경지에 올라선 사람인 양 착각하게 합니다. 가짜 성인이 양산되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무의식적 장난질 때문입니다. 이런 자기도취를 깨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입니다.

 평화롭고 안정된 자기 마음을 뒤흔들어주는 것, 내 영성 수준의 적나라함을 일깨워주는 것은 나와 친한 사람들,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불편한 관계인 사람들, 쉽게 말해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나의 영적 수준을 알려주는 심판관들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적 수준을 알려면 자신과 불편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영성 수준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을 끌어안는 자기 마음 그릇이 바로 영성 수준을 가늠케 합니다. 영세한 지 오래됐어도, 교회 안의 여러 가지 교육을 받고 봉사활동을 아무리 많이 했어도 늘 자기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만 떼 지어 다니고, 같은 공동체 안에서 적대적 혹은 불편한 감정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사람의 영적 수준은 보잘것없습니다.

 간혹 본당 공동체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 세력을 늘리기 위해 새 영세자들을 모아 가르치기도 하지요. 이들은 또 본당신부조차 자기들 말을 안 들으면 적대시하고, 자기들 말을 들어야 대우를 해주는 등 여러 가지 병적 행위를 서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전례나 행사 때는 앞장을 섭니다.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서지요.

 외적으로는 신심 행위에 적극 참여하기에 영적 수준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나, 내적으로는 골병든 환자입니다. 교만과 자기도취에 빠진 심리적 문제아들입니다. 이렇게 영적 수준이 형편없는 사람들이 많은 본당은 이들이 저지르는 분열적 현상 때문에 시끄럽기만 합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는 주님 말씀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모순을 지적하신 말씀입니다.

 가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려고 기도 안으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도피성 영성생활을 하는 것이기에 내적으로는 대개 신경증적 장애를 안고 삽니다. 마음이 병든 환자들, 기도와 종교를 자기 문제를 덮어버리기 위한 방어막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영성이 깊을까요? 자기 스스로 영성을 운운하지 않는 사람, 영성이 깊다는 평가에 손사래 치는 사람, 기도생활을 할수록 자신의 문제가 보인다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영성이 깊은 사람입니다. 즉, 겸허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영성이 깊은 사람입니다. 반면 자기 입으로 영성이 깊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 `바리사이 콤플렉스`에 걸린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영성이란 말로 자신의 문제를 덮으려는 요구가 강한 환자들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에게 보약이자 독약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내 문제점이 보이게 해주는 사람들은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내가 자기도취에 빠지게 하는 사람들은 독약 같은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잘 새겨서 사람을 피하지 않는 신앙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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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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