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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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08. 시댁과의 갈등, 남편의 폭력 때문에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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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남편은 부모님 도움 없이 자수성가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면서 형님 집에서 형수와 10년 넘게 살았지요. 결혼할 때부터 시댁 동서들과 갈등이 심했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저에게 상처를 줍니다. 내가 동서에게 받은 상처를 남편에게 말하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부부싸움은 늘 시댁식구 때문에 생깁니다. 그리고 남편은 가끔 저를 폭행합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도 때립니다. 남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참기도 정말 많이 참았습니다. 신부님께 고해성사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늘 그때뿐이고 그들의 언행을 보면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나는 동서와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습니다. 교리에도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내 분노를 어찌하면 좋을지 그리고 그들에게서 상처를 덜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많이 힘든 생활을 하십니다. 우선 나에게 상처 주는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미움이란 상대방이 나에게 상처를 줬을 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만약 내 마음 안에 미움이 없다면, 나는 상대방에게 휘둘림을 당하는 노예적 삶을 살아야 합니다.

 복음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미움이 크면 상대방이 아니라 내 마음이 불편하고 내가 내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기 때문에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지, 미움이란 감정 그 자체는 우리가 갖는 자연적이고 본능적 감정입니다.

 미움이란 감정은 자존감과 깊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존중해주는 마음인데,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나를 해코지해도 방어하려는 의지도 감정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나를 해코지할 때 미움이란 감정이 올라와 자기를 지키려고 합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자매님에게 상처를 줬을 때 미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매번 고해성사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미움을 가지고 구체적 행위로 상대방에게 해를 끼쳤을 때부터 죄가 되는 것이지, 미움이란 감정 자체는 죄가 아니라 불편한 감정일 뿐입니다. 또한 미움은 분노와 일란성 쌍둥이 같은 감정입니다. 미움은 분노로 바로 연결되는 감정인데, 미움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분노를 억압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큽니다.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무지막지한 논리대로 자기 마음 안의 분노를 억압하면 신경증적 증세가 나타나 잠을 편히 못 자고, 피부에 문제가 발생하며 심리적 체증 현상이 생깁니다. 가끔 일부 종교인들이 분노와 미움을 없애고 마음을 평안하게 가지라고 가르칩니다. 그런데 이런 가르침들은 증상에 따라 분노가 생기게 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하지, 만병통치약처럼 무턱대고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종류의 가르침은 왜 나온 것일까요? 산에 가면 길이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길이 생기는 것이지요. 만약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면 잡초가 무성해져서 길이 없어질 것입니다. 사람 마음에도 길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길, 함께 사는 길…. 그런데 이 마음의 길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매일같이 하느님과 대화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하면서 생긴 것입니다.

 사람 마음은 잡초밭입니다. 우울과 불안, 분노 등 잡초들이 무성한 곳입니다. 이러한 곳을 매일 기도하고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는 삶,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통해 분노 같은 잡초들이 힘을 잃게 되지요. 그러면 사람이 갈 만한 길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마음의 평안함을 갖기 위한 기도 시간을 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생각처럼 그렇게 객관적이고 의지적이지 않습니다. 약하고 변수가 많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따라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분노는 참을 것이 아니라 해소해야 합니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마음 안에 쌓인 것들을 마음껏 풀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도 후련하고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을 상대할 내적 힘도 생기는 것입니다.

 남편이나 그 일가들이 자매님을 무시하는 것은 자매님이 가진 것이 없어서일 것입니다. 사람은 가진 것이 없으면 사회에서 은근히 무시당합니다. 그래서 무엇이든 간에 가진 것이 있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지식이든 직장이든 무엇이든지요. 이것을 `자기 무기`라고 합니다.

 그저 남편에게 의존하고 그날이 그날이야 하며 자기 인생을 업그레이드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무시당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무엇인가 하십시오. 또 자신을 위한 무엇인가를 소유하시기 바랍니다. 자매님을 폭행하는 남편은 가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본당 신부님을 만나 부부생활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신자라도 맞고 참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시기 바랍니다. 개들도 주인이 때리면 집을 나가는데, 사람이 맞고 산다면 정말 깊이 자기 인생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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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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