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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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09. 상처 입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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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아주 소심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주 예민해서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기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불편해 해서 웬만하면 제가 먼저 사과하고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하려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은 그런 저를 나무라거나 더 큰 상처를 주려고 합니다. 저는 누가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뺨을 대라고 하신 주님 말씀을 따라 살려 하는데, 왜 현실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평화로운 삶을 갈구하는 제 바람이 헛된 것일까요?
 

 A. 많이 힘들겠습니다. 하지만 형제님이 잘못 아는 것이 몇 가지 있어 말씀드리지요. 우선 한쪽 뺨을 때리면 다른 뺨을 내밀라는 주님 말씀은 당시 팔레스타인 사람들 풍습을 아셔야 이해가 될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가족 중 한 사람이 다른 부족 사람들에게 피해를 당하면 무자비한 보복을 감행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법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입니다.

 자신이 입은 피해만큼만 보복하라는 것인데, 주님께서는 이런 수준을 넘어서는 아주 고도의 도덕적 수준의 삶, 진정으로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원한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법률적 체계가 잘 잡힌 현대에서 그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사람에 대한 근거 없는 비현실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자기 마음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잘해줘도 상대방이 나를 해코지할 때도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형제님은 남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잘해줘도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사람을 잘못 본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대개 성격장애인들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기 문제를 보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 문제를 지적하고 괴롭히면서 심리적 만족감을 갖는 변태적 성향의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줌으로써 자신이 그보다 더 종족적으로 우월하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그런 자기 삶이 행복하기에 절대로 자신의 삶을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심리적 불치병 환자`라고나 할까요.

 대개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꼴통`, `진상`이라고 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사과한다는 것은 스스로 먹잇감이 되겠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조금 강도가 약한 방법은 거절하는 것입니다. `나 그거 싫다` 혹은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안 좋다`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약발이 안 들으면 마음먹고 받아치는 것입니다. 대개 이렇게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사디스트들은 겁쟁이이거나 새가슴, 속 좁고 열등감이 심한 사람들입니다. 정색을 하고 제대로 화를 내면 뒷전에서 험담하고 욕을 할지언정 형제님에게 직접적 상처를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주변 사람들도 형제님이 심지가 있는 사람이라고 반겨줄 것입니다. 형제님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합니다.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그룹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육체적 상처를 치료하는 좋은 방법은 드레싱이라고 합니다. 매일같이 소독하면 약을 먹는 것보다 더 치료 효과가 빠르다고 합니다. 심리적 드레싱은 칭찬과 격려, 지지입니다. 매일같이 칭찬을 듣고 격려를 받으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이지요.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망과 욕구가 자연스레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즉, 내적 성장이 시작됩니다.

 만약 `나 같은 게 무슨 칭찬`하면서 자기 상처를 그대로 둔다면, 몸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우선 내적 성장이 멈추고 내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고, 하지 말아야 할 행위들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하게 돼 늘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사는 것 같지 않은 허탈감과 공허함에 시달려야 합니다.

 형제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기반성이 아니라 지지와 격려, 심리적 회복을 위한 여러 가지 치료방법들입니다. 가능하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고, 함께 놀기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들기 바랍니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반드시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 시간을 가지세요. 자신의 아명을 눈을 감고 천천히 부르면서 스스로 위로해주세요. 그렇게 매일 자신을 위로하면 마음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내적 힘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오그라들었던 심리적 위축감이 천천히 풀려 조금씩 살맛이 느껴지게 될 것입니다.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저의 하느님. 정녕 당신께서는 제 모든 원수들의 턱을 치시고 악인들의 이를 부수십니다"(시편 3,8).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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