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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13. 사람들이 나약하게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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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30대 초반 청년입니다. 군대도 다녀왔고 나름대로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군대와는 달리 사람들이 참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군대에서는 `하면 된다`는 신념을 익히고 나왔는데, 사회인들은 생각보다 훨씬 약한 것 같더군요. 특히 혼인을 약속한 여자친구는 성당에 다니면서도 어머니와 함께 저 몰래 점을 보러 다니는가 봅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한 말을 잘 듣는 편인데, 그러고는 혼자서 불안해합니다. 여자라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가끔은 짜증이 나네요. 사람들은 왜 자기 의지대로 살지 못하는 것일까요?

 
 A. 형제님이 짜증을 내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현대문명이 발달하고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물건들이 인간 사회를 발달하게 해주는데, 여자친구가 왠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으니 짜증 날만 하지요. 그리고 군인정신으로 살면 되는데, 나약한 사회인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뒤에서 보세요. 세상이 현대화돼 가면서 점집이 없어졌나요? 아니면 종교에서 기복신앙을 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나요? 인간 사회는 참으로 기묘해서 물질적 발달과 더불어 기복신앙을 구하는 욕구도 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까요? 심리학에서는 `통제의 착각`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전부 자기가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산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착각은 왜 생기는가?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자기 식대로 처리하다 보면 근거 없는 자만심이 생겨나 세상 모든 일을 다 자기 힘으로 할 것 같은 자기도취와 착각에 빠집니다. 즉, 자신이 노력하기만 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상일은 변수가 아주 많아 자기 마음대로 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의지도 형제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강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사람은 자기 의지보다 다른 사람들이 던지는 암시에 더 약한 존재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그냥 한 마디 던진 것이 낮에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다가도, 밤이 되면 왠지 마음에 걸려 도무지 잠을 못 이루는 것이 사람입니다.

 왜 우리는 암시에 약한 존재인가요? 우리는 주관이란 것을 가지고 삽니다.
사람의 판단과 결정은 인격의 자아 부분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이 자아가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해 개인적 결론을 내린 것을 우리는 주관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우리 자아는 그리 완전한 것이 아니어서 외부 영향을 쉽게 받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완벽하고 뚜렷한 주관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간혹 주관이 있는 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성장 과정 중 안정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사람들은 자아가 아주 약해 다른 사람들의 암시에 쉽게 넘어가고 사기를 당하곤 합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약한 자아 암시에 잘 걸려드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 위약 효과(플라세보 효과) 혹은 광고 효과이고, 나쁜 것으로는 사기를 치는 것이 해당합니다. 특히 종교 사기꾼들은 사람들의 이런 취약점을 아주 잘 알고 영악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 마음 안에 불안과 공포를 주입하고서 자신이 구세주나 예언자인 양 행세하면서 미숙하고 약한 사람들의 자아를 심리적 감옥에 넣고 피를 빨아먹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적 그리스도와 거짓 예언자를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아를 가지고 험난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기암시를 줘야 합니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은 밭이나 논과 같다고 하는데 자기암시란 이런 땅에 씨를 뿌리는 행위입니다. 약한 자아는 다른 사람들 말을 잘 들을 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암시를 줘도 따라 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긍정 심리학자들은 자신에게 부정적 말을 하지 말고, 긍정적 말을 해주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 같은 게 무슨 희망이 있을까?" 하는 식의 말을 자주 하면 정말로 인생살이가 꼬이고 해결되지 않는 늪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할 만하잖아. 잘했었잖아, 잘 할 거야" 등 영어로 `I can do it` 하는 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 자기암시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시도해도 되지 않으면 `약한 자의 기도`를 해야 합니다. "주님 할 수 있습니다"가 아니라 "주님 저는 약한 존재입니다"라고 자신의 약함을 고백하고, 주님께 마음을 의탁하는 기도를 하면 자기암시와는 또 다른 차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것입니다.

 "주님, 저를 버리지 마소서. 저의 하느님, 제게서 멀리 계시지 마소서. 주님, 저의 구원이시여 어서 저를 도우소서"(시편 38,22-23).


     홍성남 신부 (서울대교구 영성생활상담소장)
    상담전화: 02-776-8405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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