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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16.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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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미혼 청년입니다. 저희 본당 보좌신부님은 저를 볼 때마다 "신학교에 갈 생각 없느냐"고 하시는데 저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제가 이루고 싶은 가정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 만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것이지요. 이렇게 가정에 대한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부모님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제 부모님은 서로 대화가 거의 없으셨고, 자식들이 보기에도 `왜 두 분이 결혼하셨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대개 부모님의 부부생활이 화목하지 않으면, 그 밑에서 자란 자식들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접는다고 하는데 형제님은 다른가 봅니다. 가정은 참으로 중요한 자리입니다. 부모님과 자식들이 함께 사는 가정이란 공동체는 다른 공동체들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감정적으로 밀접하고 잘될 가능성과 잘못될 가능성을 동시에 가졌고, 특히 아이들에게는 자기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인생학교`입니다.

 우리는 학교 선생님이 누구냐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사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인생학 선생님은 부모님입니다. 부모님이 내적으로 얼마나 성숙했는가 또 자식과의 친밀관계가 얼마나 건강한가 여부가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매우 크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자식복 운운하지만 자식들은 부모복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문제를 일삼는 아이들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늘 가출을 꿈꾸고 부모처럼 살지 않겠다고 하면, 그 가정은 콩가루 집안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자식들이 문제아라면 그 가정은 건강하다고 볼 수 없지요. 최근 들어 돈이 많으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천민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수많은 콩가루 집안을 양산해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에서는 가정을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합니다. `순기능적 가정`과 `역기능적 가정`입니다. 역기능적 가정부터 말씀드리지요. 역기능적 가정에서 가장은 말 그대로 독재자 유형입니다. 이러한 가장들은 규칙을 강조합니다. 순기능적 집안에서 규칙이란 아이들이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자라게 하기 위한 기능을 하는 반면, 역기능적 가정의 규칙은 가족 구성원이 가장 뜻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가족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도록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정은 아이들이 자라는 터, 성장을 돕는 자리가 아니라 일종의 `심리적 감옥`으로 변질됩니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은 답답함과 불안함을 느끼면서 늘 가출을 꿈꾸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역기능적 가정의 가장은 칭찬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가족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체벌과 비난을 번갈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소위 찬양하게 하는 병적 구조를 강화해갑니다.

 이런 가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나이가 어려 힘도 없고 가진 것도 없던 아이들이 자라 힘과 재물이 생기면, 그동안 눌러왔던 분노를 표출합니다. 그래서 가출하거나 그렇게 자기를 키운 부모에게 복수하기도 합니다. 가끔 나이든 부모를 어른이 된 자식이 폭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경우마다 다르겠지만 대개 성장 과정에서 부모에게 억압당한 아이들이 어른이 된 뒤 복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순기능적 가정이란 가족 간에 존중하는 분위기를 지닌 가정을 말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심하게 의존하지도 않고, 부모가 아이들에게 지나친 기대도 하지 않는, 그래서 부모와 아이들 안에 적당한 거리감이 존재하는 가정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가정입니다. 이러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다른 생각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그것을 가장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하지 않고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과정적 현상이라고 이해합니다. 이렇게 가족 구성원이 서로 성장의 기회를 부여하기에 가족들은 타지에 가서도 가정을 고향처럼 여기며 삽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험적 삶을 살 수 있고, 심리적으로 지지를 받기에 안정감을 갖고 자기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그리고 자기 부모님처럼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고 가정을 만들기에 가정이란 `심리적 대물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형제님은 가정을 잘 이루고 싶다는 소망을 가졌으니 이미 절반을 해결한 셈입니다. 그러나 바람직한 가정의 본보기를 보지 못했으니 자칫 `우리 부모님처럼 살지 말아야지` 하다가 방향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때에는 형제님이 보기에 바람직한 가정을 본보기로 삼고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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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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