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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25. 난 너를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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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결혼 적령기를 넘은 직장인 여성입니다. 직장에서 연하 남자친구를 사귀었고, 결혼 약속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그 사람이 저를 멀리하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번에는 그 사람이 거짓말까지 하고 직장 동료들과 야유회를 다녀왔네요. 불안한 마음에 가끔 남자친구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보곤 하는데, 저 말고도 다른 여자에게 온 메시지가 많더군요. 도대체 왜 저만 바라보지 않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 결혼 날짜도 받았는데 걱정입니다. 요즘은 남자친구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그래서 추궁하면 `미쳤느냐`며 발뺌을 하는데, 제가 더 미칠 지경입니다.
 

 A. 자매님 마음이 힘든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친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매님에게도 있다는 것을 우선 받아들여야 합니다. 자매님이 가진 첫 번째 문제는 `독심술`입니다. 즉, 자매님은 자신이 상대방 마음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독심술은 특히 사람의 마음이 불안할 때 기승을 부립니다. 자매님은 노처녀인데다 연하 남자와 결혼하려니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남자친구를 보는 눈이 편안할 수가 없어서 의심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마음이 불안할 때면 마음 안이 두려움으로 가득 차고, 그러고 나면 상대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지고 작은 단서를 가지고 상대방을 파악하고 싶어 합니다. 소위 사람 잡는 행위를 하는 것인데, 이것을 독심술이라고 합니다. 이 독심술로 유명한 사람이 궁예입니다. 궁예는 자신이 사람들 마음을 다 안다고 해서 결국 애꿎은 사람들을 죽음에 몰아놓은 환자였다고 알려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평소 가진 생각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논리적 생각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불안으로 가득 차면 생각이 부정적 방향으로 치우치게 됩니다. 그러다가 분노에 불이 붙으면 아주 심각하게 극단적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사람을 잡게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병적 독심술은 부메랑과 같아 결국 자신이 던진 것에 자신이 상처 입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심하고 닦달하면 결국 피로감을 느낀 사람이 나를 피하게 되고, 관계도 파괴됩니다.

 자매님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중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람의 생각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켜 있지요. 그런 데다 아주 작은 외적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무쌍합니다. 고정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각은 변덕이 죽 끓듯 달라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병적 독심술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칼질을 하는 아주 무지막지한 면을 갖고 있습니다. 소위 생각이 모자란 사람들이 대개 다른 사람을 독심술로 잡는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자매님이 정말 그 친구와 결혼할 의향이 있다면 본인의 심리적 문제부터 고쳐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입장을 바꿔 남자친구가 자매님의 문자 메시지를 다 들여다보고 모든 행동을 의심하고 추궁한다면, 그런 사람과 결혼하고 같이 살겠습니까? 절대 못할 것입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납득이 안 되고, 억울한 마음만 든다면 단순한 독심술이 아닌 편집증은 아닌지 알아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증세가 아니라면 몇 가지 처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남자친구에게만 매달리는 지금의 생활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좋다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이 든다면 왠지 섬뜩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매일 본다면, 날이 갈수록 시큰둥해지는 것이 사람입니다. 따라서 마음이 불안할수록 자매님 자신을 다듬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기를 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자신을 잘 다듬는다면, 남자친구도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옆을 비우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갖기 위해 음악이나 미술 등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들을 가까이하는 것이 좋습니다. 독심술은 그 근본이 불안이기에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심리치료를 한다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나이 들어 어린 남자친구와 결혼한다는 자격지심을 가지면, 지금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삶이 참으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감을 지닌 당당한 자세를 가질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그런 아름다움을 갖기 위해 마음을 다듬고 가꾸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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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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