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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26. 지나친 낙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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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제 남편은 아주 성격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친구도 많고 이웃들도 남편의 너털웃음이 호탕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같이 사는 저는 남편의 이런 모습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결혼 전에는 늘 매사에 부정적이셨던 아버지가 싫어서 아버지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남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그저 낙천적인 줄 알았던 남편은 매사에 신경 쓰는 것을 싫어하고, 불편하거나 힘든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그야말로 `한량` 기질을 가진 사람입니다.

 사업이 잘 안 돼 직원 월급을 챙겨주기도 어렵건만 "다 좋아질 거야, 괜찮을 거야" 하며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돈을 펑펑 쓰고 다닙니다. 이런 남편에게 잔소리라도 하려 하면, 남편은 "당신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왜 그리 믿음이 약하느냐"며 오히려 저를 힐난합니다. 제가 믿음이 약한 것일까요? 남편은 늘 과거 잘 나가던 기억만 가지고 사는데, 저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요?

 

 A. 자매님이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걱정하는 습관은 자매님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아마도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학습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대부분 자녀는 자기 부모가 사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으면 부모와 반대되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환상을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은 가정이 많습니다.

 남편은 일종의 `병적 콤플렉스`를 가진 분인 것 같습니다. 정상인 사람보다 더 지나친 낙관성을 가진 것은 심리적 방어기제 탓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성가들은 "사람의 기억은 본래 선택적"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회피하거나 잊으려 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확대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지금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잘 살던 시절 기억만 가지고 사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내가 예전에는 떵떵거리며 살았지` 하고 허풍 아닌 허풍을 떠는 것이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요소는 현재 삶으로 인해 비관적으로 될 가능성이 높은 심리 상태를 낙관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만약 우리가 과거의 아프고 힘든 기억만 가지고 산다면 미쳐 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런 성향이 지나친 분인 듯합니다. 아마도 실제로는 마음 안에 불안감이 가득해 그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서 회피성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개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이 온몸으로 일을 한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사업이건 인생의 어떤 일이건 온몸으로 밑바닥부터 경험하고 성공의 길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은 희망을 품되, 헛된 희망을 품지 않고 현실적 판단에 근거한 치밀한 계획 아래 자기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즉, 인생의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자매님 남편은 그런 여러 가지 요소가 부족한 분인 것 같습니다. 현실 경험도 적고 자신감도 약하고 문제에 직면하려는 용기도 부족한, 그야말로 온실 안 화초처럼 자란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기가 흥미 있는 것은 잘 기억하지만, 관심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아무런 기억을 안 하려고 해서 반쪽 인생을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이런 분들은 걸맞지 않게 큰 꿈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성 없는 허황한 계획을 이루려는, 소위 `대박 인생`을 꿈꾸는 것이지요. 이런 성향을 가진 분들은 대개 작은 일을 가볍게 넘기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많은 경영인이 "과신하는 사람들은 준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준비를 게을리하면 패배한다"고 따끔하게 조언합니다.

 그렇지만 대박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은 뜬구름 잡는 소리나 하기에 자주 현실의 작은 일에서 실수하거나 실패를 합니다. `사람이 산에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으나 개미집에는 걸려 넘어진다`는 말은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남편 같은 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일기예보 하는 사람들처럼 살아야 합니다. 일기예보하는 사람들은 늘 비난과 혹독한 비판을 받습니다. 날씨가 예보처럼 되지 않는 날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혹독한 비판을 받으면서 예보는 점점 더 정확해집니다. 예측 방법을 계속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남편분은 주위에서 따끔한 충고를 해주는 분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자매님에게 당부하는 것은, 남편 성향으로 보아 머지않아 재산을 탕진할 가능성도 있음을 유념하시고, 자매님이 무슨 일을 하거나 혹은 앞날을 위한 나름 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인생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너듯 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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