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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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28. 아들을 버리고 싶네요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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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70대 할머니입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호적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남편은 밖으로만 돌고 술을 좋아해서 8년 동안 별거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친정에 가 있었는데 웬 아기가 대문 밖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지금의 아들이지요. 아기를 파출소에 데려다 주려고 했는데, 친정 아버지가 말리시더군요. 아들을 거둘 당시 형편이 좋지 않아 아이들을 친정에 맡겼습니다. 딸은 내가 돈을 대고, 아들은 남동생이 돈을 대서 키워줬지요.

 아들은 자라면서도 고분고분하지 않았습니다. 반항도 많이 하고, 친정 부모님도 아들을 거둔 것을 후회하고 있지요. 아들은 지금은 결혼해서 따로 삽니다. 만나자고 해도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어쩌다 통화가 되면 폭언을 퍼붓기만 하고, 부모에게 용돈 한 번 준 적이 없습니다.

 호적을 정리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렇게 힘들게 살 바에는 정부보조금이라도 받으려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남편은 18년째 투병 중이고요. 뇌졸중이 왔는데, 대장암에 치매도 걸렸습니다. 남편과 재결합 후 남편에게 폭행을 많이 당했습니다. 아들을 볼 때마다 바람피워 낳은 자식이라고 하면서요. 아들이 미워서 자꾸 욕이 나오는데, 절제되지 않네요. 본당 신부님은 내가 감정절제를 잘 못한다고 야단을 치십니다. 그래서 영성체도 못하고 있습니다.

 
 A. 자매님 연세가 여든에 가까우신데 이런 일을 당하시니 참으로 힘드시겠습니다. 남편이라고는 남편 노릇도 못하던 사람이 자매님 마음에 상처를 줬고, 지금은 병석에 누워 있고, 주워서 키워준 아들은 자매님을 원망하면서 폭언을 퍼붓습니다. 본당 신부는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자매님을 질책하고 그래서 영성체도 못하고 있으시다니 그야말로 사면초가 신세이시군요.

 남들은 나이 여든이면 자식에게 봉양 받고 본당에서도 어르신 대접을 받는데, 자매님의 노년은 기구하기 이를 데 없으신 것 같습니다. 우선 사람이 감정절제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알려드립니다. 자매님은 아주 오래전 남편에게 상처를 입고 화병에 걸리셨는데, 지금은 아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으시면서 오래전 상처가 더 심해져 `마음의 병`에 걸리셨습니다.

 이런 마음 안의 분노는 절제가 안 됩니다. 절제하려다 자칫 억압하게 되면 심각한 신경증적 질병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처럼 욕이 나오는 대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 배설물을 화장실에서 배설하듯, 마음 안의 불편한 감정 역시 뱉어내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왕에 하시는 김에 자매님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들 모두에게 보란 듯이 다 푸신다면 금상첨화이고요. 남편분도 자매님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준 사람이니, 실컷 욕질하셔도 됩니다.

 그런데 자매님은 `병적 죄책감`을 가지신 듯 합니다. 욕 좀 했다고 영성체를 못하시다니요. 자매님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자매님은 피해자인데 왜 영성체를 못하시나요? 하셔야 합니다. 주님의 위로를 받으시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이야기해도 영성체를 못하는 것은 지나친 양심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양심을 가지고 살지요. 그런데 그 양심이 보편적이고 객관성을 가진 것이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성장 과정의 교육내용이나 콤플렉스 혹은 상처 등의 조건들에 의해 양심의 상태가 다르게 형성됩니다. 즉, 지나치게 양심적이거나 아니면 비양심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매님의 경우는 지나치게 양심적인 경우입니다. 아마도 부모님 영향을 받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어쨌거나 지나친 양심은 병적 죄책감을 양산해 사람들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것을 막는 역기능적 부작용을 낳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따라서 자매님은 성경 묵상을 하되 주님의 따뜻한 위로가 담긴 말씀을 주로 묵상하시고, 시간 나는 대로 자신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엄한 본당 신부님 말고 자매님 처지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하소연하시고 위로를 받으셔야 합니다. 그래야 마음의 상처가 아물 것입니다. 아들은 이미 자식으로서 자리를 스스로 버렸으니 호적을 정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아들은 있으나 마나입니다. 그런 아들이 하나라도 있으면 노후에 도움도 받기 어렵습니다.

 주님이 세상에 오신 것은 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죄 중에 사는 사람들,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 어디 기댈 곳 없이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오셨음을 생각하시고 주님께 위로를 구하는 마음으로 영성체하시길 바랍니다. 자매님과 같은 분들을 위해 시편 말씀을 드립니다.

 "뉘 있어 당신과 견주리이까? 그 많은 고생과 불행을 나에게 지워주셨어도 당신은 나를 되살려주시고 땅속 깊은 곳에서 끌어내시리이다"(「공동번역 성서」 시편, 71,19-20).


   상담전화: 02-727-2516 

   ※홍성남 신부님과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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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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