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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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29. 가출과 출가는 어떻게 다른가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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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가출과 출가는 어떻게 다른가` 하는 논쟁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친구는 같은 것이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가요? 또 저는 가끔 가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이 불효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정 안에서 갑갑함을 느낄 때는 가출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와 당황스럽습니다. 살면서 부모님 말씀을 한 번도 거역한 일이 없기에 더욱 이런 감정이 낯서네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불가에서는 절에 입문하는 것을 출가(出家)라고 하지요. 출가는 불가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주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출가할 것을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태 4,19-20).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8,22). 이렇게 여러 곳에서 출가를 권유하고 계십니다.

 가출과 출가는 어떻게 다른가? 가출(家出)이란 아무 목적 없이 그저 지금의 집안이 너무 답답하고 견디기 힘들어 그냥 집을 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가출하는 사람들은 목적 없는 방황을 하기에 그 마음이 늘 춥고, 외로우며 억압된 분노로 힘이 듭니다. 그런 데다 아무런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결정한 행위이기에 집을 나와 결실을 얻기가 힘듭니다. 자칫 범죄의 수렁으로 빠질 위험이 크지요.

 그리고 성인이 돼 가정을 꾸린다 하더라도 부모로서 책임감을 가지기가 어렵고, 그래서 어른이 돼도 여전히 가출하거나 자식을 버려두거나 혹은 무책임하게 버리는 문제 부모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개 문제아 문제는 가정 안의 문제, 부모 때문임을 여러 상담 사례들이 증명합니다.

 그에 반해 출가란 자기 인생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미있는 가출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출가는 자신의 에너지를 생산적인 방향에 집중하고,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기에 시간이 갈수록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고 성공하는 사람 반열에 들게 되고,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 존경을 받고 정신적 멘토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성장하는 데 출가 즉,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필수입니다. 아기는 엄마 품에서 안전한 상태로 자기영역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엄마로부터 분리 즉, 독립을 하면서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힘을 키워갑니다. 이렇게 개인성이 확보될 때 아기는 공동체의 일원이 될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아기가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자의식이 약해집니다. 즉,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 채 집단적 이데올로기에 자신을 맡기는 피동적 삶을 살게 됩니다. 개인성이 미발달한 아이에게 집단적 이데올로기(이념이든 종교이든 간에)가 강요되면 아이들은 불안감이 커지고 집단성에 함몰돼 광신도가 될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초월적 존재의 노예로 전락하고 교리나 율법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신봉자가 됩니다.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는 바리사이 콤플렉스에 걸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집단이 와해되면 본인도 같이 무너지고, 정신적 분열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부모를 떠나 홀로서기를 해야 합니다. 루카복음 2장 41절 이하를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성가족이 명절을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소년 예수를 잃어버립니다. 사흘 만에 소년 예수를 찾은 부모가 "얘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 너를 찾느라고 아버지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고 하자, 소년 예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내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할 줄 모르셨습니까?"

 얼핏 들으면 소년 예수가 불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이 말하는 것은 사춘기의 반항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출가 욕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그 다음 대목입니다.
 "예수님은 부모와 함께 나자렛으로 내려가, 그들에게 순종하며 지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예수님은 지혜와 키가 자랐고 하느님과 사람들의 총애도 더하여 갔다"(루카 2,51-52).

 주님의 출가 욕구가 온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원인이 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변화 없이 같은 날이 반복되거나 성장하는 것이 멈췄을 때 스스로 새로운 사건을 불러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가 욕구가 발동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는 것은 불안과 혼란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생명에너지로 전환돼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따라서 형제님은 자신의 출가 욕구를 잘 키워 성공 인생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님과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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