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230. 이혼 그 아픈 상처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Q. 이혼 후 아이를 키우면서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 때문에 알고 지내던 남자와 만나게 됐습니다. 그 사람도 몇 해 전 이혼한 사람입니다. 얼굴은 몇 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혼 후 자주 대화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친한 감정을 넘어 잠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재혼 생각은 없습니다. 전 남편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 두 번 상처 입기가 싫어서 그냥 친구로만 지낼 생각입니다.

 그런데 제가 영성체를 할 때마다 마음이 무척 꺼려지고 죄스럽습니다. 성체를 생각하면 그 남자와 헤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제 마음이 너무 외롭고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성체를 영하지 않자니 그러다가 하느님을 더 멀리하게 될까 고민됩니다. 저는 매번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하는 기도를 하면서 성체를 영하고 고해성사는 가끔 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부부가 이혼하게 되면 서로 마음의 상처도 크고 경제적 어려움도 따릅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런 어려움이 더 큽니다. 대개 여자 쪽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마련인데, 양육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이혼녀에 대한 편견이 심해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기 때문입니다. 또 취직하려고 해도 이혼했다고 하면 은근히 불이익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더욱이 전업주부의 삶을 살아온 분들은 이혼 후 자립해야 하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에 주변으로부터의 유혹도 많고,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뒷이야기도 들어야 하는 곤욕스러움을 견뎌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매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전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갑니다. 그런 와중에 기대고 싶은 사람을 만나려는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래서 성체를 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자매님 마음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자매님은 자신을 자책하는 마음은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보통 신실한 신앙인은 죄를 멀리하고 죄짓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무의식적 생각을 하고 살면서 자신을 정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생각해야 할 일은 죄를 지었는가 하는 것보다는 내가 주님을 얼마나 존중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12장에는 나자로의 여동생 마리아가 주님 발에 향유를 붓고 자기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아드리는 내용이 나옵니다. 여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아주 중요한 자기 머리털로 먼지투성이 발을 닦는 마리아를 보면서 주님은 아주 심하게 당황하시고 크게 감동하셨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빈정거림을 물리치시고 마리아를 칭찬하십니다.

 이것은 주님께 대한 존중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주님 당대에 죄 짓지 않고 산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지요. 이들은 늘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음을 자랑으로 삼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지나친 자부심으로 인해 큰 실책을 저지릅니다. 자신들이 하느님의 대리자인 양 하는 위선적 행위와, 다른 사람들을 단죄하는 범죄 행위를 스스럼없이 저지른 것입니다. 즉, 교만에 빠져 주님을 무시하고 홀대했을 뿐만 아니라 주님을 십자가형에 처하게 만드는 공범들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자매님은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하며 주님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을 가진 분이기에, `나는 성체를 영할 자격이 있어` 하는 마음으로 보란 듯이 영성체하는 현대판 바리사이들보다 주님으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의지도 인내심도 약하고 욕구 조절을 하는 것도 모두 어려운 약하디 약한 존재입니다. 작은 외로움도 참기 힘든 것이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을 주님께서는 누구보다도 잘 아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죄를 고백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정죄하지 않으시고 안쓰러운 마음만 가지십니다.

 약한 자기를 드러내십시오. 내가 마음이 병든 사람이라 주님이 필요하다고 고백하고, 매일 죄짓고 사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당신이 필요하다고 고백하십시오. 식탁에서 떨어진 빵 쪼가리의 비유로 주님 마음을 사로잡은 이방인 여인의 마음가짐으로 성체를 영하고 싶어한다면, 그 누가 자매님을 단죄하고 영성체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어리석기에 늘 같은 죄를 반복해 짓습니다. 그리고 약하기에 죽을 때까지 흔들리면서 살아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이러한 나를 주님께서 받아주신다는 믿음이 신앙인이 가져야 할 믿음입니다. 약한 나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지금 나에게는 정말로 주님이 필요합니다`라고 고백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성체를 가까이하시기를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님과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2-2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잠언 10장 12절
미움은 싸움을 일으키지만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어 준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