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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41. 언니의 재결합 말리고 싶어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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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제 언니는 형부와 이혼한 지 오래됐습니다. 형부가 오랫동안 여러 여자와 외도를 한데다가 사업까지 실패한 후에 겨우 이혼했는데 언니는 나이 칠십이 다 돼서 느닷없이 재결합하겠다고 합니다. 언니를 버리고 떠난 형부가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했더니 신자된 도리로 용서를 해줘야 하고 더욱이 홀로 사는 형부가 안쓰러워서 당신이 거두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녀들은 엄마의 이런 생각에 절대 반대입니다. 차라리 혼자서 편히 사시라고 하는데 언니는 막무가내로 재결합을 원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형부가 재결합을 원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형부는 부잣집 막내아들이었고 우리 언니는 부모님이 맞벌이하러 다니셔서 집안일을 어릴 적부터 한 사람인데 심성이 착해서 시어머니 되시는 분이 보쌈하다시피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언니는 그 집에서 며느리 대접도 못 받았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폭력까지 당했습니다. 그렇게 상처를 준 집안 식구로 다시 들어가려는 언니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떻게 말릴 수 있을까요?

 
 A. 언니의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는 분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겠습니다. 언니가 가진 문제는 여러 가지인데 첫째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듯하고, 두 번째는 장녀 콤플렉스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언니는 천성이 착한 사람입니다. 부모님이 안 계신 동안 동생들을 돌본 것으로 보아 언니는 타고난 성품이 너그러운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 응석 한 번, 불평 한 마디 없이 어른스럽게 사는 이들은 주위 어른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착하다, 심성이 곱다, 누가 데려갈지 참 부럽다 등의 칭찬으로 어린아이의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물론 어린 시절의 칭찬은 심리적 보약과 같습니다만 과한 칭찬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지 못하고 칭찬하는 사람들의 의도대로 살게 하는 심리적 부작용을 갖습니다. 즉 어린아이다운 심성은 억압하고 어른스런 모습만 키우는 기형적 삶을 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애어른처럼 성장한 사람들은 늘 속앓이를 하는 신경증적 어른이 됩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벙어리 아닌 벙어리 신세가 돼 냉가슴을 앓는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언니는 장녀였습니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은 내적인 상태가 아주 힘겹고 지쳐 있습니다. 자기 마음 안에 덩치 큰 잔소리꾼이 들어앉아서 쉴 틈조차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니가 형부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은 형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콤플렉스가 작용해 그런 마음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형부를 남편이 아닌 남동생, 그것도 문제가 많은 불쌍한 남동생으로 여긴다는 것이지요. 형부가 재결합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언니의 또 다른 문제를 보여줍니다. 형부가 언니를 멀리하고 다른 여자들을 만난 것은 언니를 여자로 느끼지 못해서 그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니가 늘 챙겨주고 돌봐주려고 한 것에 거부감을 가졌을 가능성, 언니를 여자가 아니라 엄마의 대리인으로 보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더 문제는 그런 형부를 언니가 이상형 소위 `상남자`로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보다 한량처럼 돈 잘 쓰는 사람들을 멋쟁이로 여기는 병적 편견이 있었는데 언니 역시 그런 편견의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싫다고 하는 형부를 굳이 당신이 돌봐주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것입니다.

 두 분의 재결합은 아마도 언니를 다시 불행의 늪으로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자칫 가정의 분열을 불러올지도 모르니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가끔 언니처럼 답답한 인생을 사는 분들을 봅니다. 이런 분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자신을 희생했을 때 주위 어른들이 해주는 칭찬의 행복을 버리질 못하는 것입니다.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더 힘겨운 짐을 짐으로써 어린 시절의 칭찬을 다시 받고 싶은 오래된 욕구에 밀려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답답한 선택을 하려는 것입니다.

 언니가 나이가 들어서 될지 모르겠지만 심리상담을 받도록 권유하시길 바랍니다. 그동안 온갖 짐을 홀로 지고 살아왔으니 이제는 짐을 내려놓고 자기 인생을 사는 방법을 익혀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이제는 남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살라고 주위에서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님과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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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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