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251. 세월호 참사는 왜 일어났나 ⑤

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문: 세월호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내면은 어떤가요?

답:
저는 개인적으로 서울 가좌동성당 재개발 현장에서 5년 반을 사목하면서 우리나라가 문제가 많은 후진국임을 알게 됐습니다. 정부가 건설사와 야합을 해서 밀어붙이는 재개발현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였습니다. 폭력배들이 설치고 조합임원을 자처하는 자들은 주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비조합 즉 폭력배들을 위해서 일하고 그런 와중에 오랫동안 가난한 정든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90 이상이 쫓겨나다시피 했고 남은 주민들도 결국은 빚더미에 앉게 된 그런 상황이 바로 얼마 전까지 벌어졌습니다. 그때 정부권력자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그럴듯한 구호를 외치면서 결국 공룡 같은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초식동물 같은 주민들을 먹이로 주는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국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도 이런 맥락의 연속 선상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후진적 정치권력구조 비리와 부패로 얽혀진 구조가 그런 참혹하고 황당한 참사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문: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책임이 없는 것일까요?

답: 저는 개인적으로, 나라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 하나만 편하면 되지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결국 참혹한 사고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지 않고 ‘남의 집 일이야’ 하는 식으로 살아온 것, ‘이만 하면 만족하지 더 무얼 바라’ 하는 안이한 마음가짐이 결국 이런 참혹한 사건을 불러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국민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아주 야비한 문화정책이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대개 독재국가들은 국민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국민들이 상부계층의 비리에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려고 스포츠ㆍ스크린ㆍ섹스산업을 활성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런 것들이 사람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정상적 판단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마약성분과 비슷해서입니다. 이런 것들은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맛 들인 사람들은 좀처럼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ㆍ성적 욕구ㆍ공격성과 같은 것들을 일시에 해소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정권 시절에 암암리에 이런 병적인 문화가 방조되고 조장되기조차 했고 그 후유증이 지금도 여전히 남아서 국민들이 정신적 착란 현상에 빠져서 살게 된 것입니다. 세월호 선주가 바로 그 전형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안 좋은 것은 방송매체들이 드라마나 기타 프로그램을 통해 돈이면 뭐든지 다 될 것 같은 논리를 국민에게 세뇌했고 그로 인해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그 수단이야 어떤 방법이든 간에 영웅시되는 병적 풍조마저 생겼습니다. 그로 인해 청소년들이 10억이 생긴다면 감옥이라고 가겠다고 말할 정도로 국민 정서는 거의 정신병자 수준이 됐고, 그 때문에 지금과 같은 참사가 벌어지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의 죽음이 갖는 의미와 유족들의 대처 자세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답: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어른으로서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만 학생들의 죽음은 절대로 헛된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죽음으로 어른들의 사회가 얼마나 썩어빠졌는지를 고발했고 역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으로 하여금 사회개혁에 관심을 갖게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학생들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의 진정한 의인들이고 어느 한 종교가 아니라 이 나라의 진정한 순교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족들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아이를 잃어서 마음이 아주 힘겨우실 텐데도 돈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우파의 비난이나 좌파의 선동에도 흔들림이 없이 아이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하려고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시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매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4-05-3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7

집회 3장 17절
얘야, 네 일을 온유하게 처리하여라. 그러면 선물하는 사람보다 네가 더 사랑을 받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