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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23) 어느 자매님이 보내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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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자매님이 보내온 편지
 
이번 호에는 그동안 제가 쓴 상담 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신 분들 혹은 불만을 느낀 분들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한 자매님이 제게 보내온 편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잘 읽어보시고 심리치료에 대한 오해를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글은 마음의 병이 심한 분들을 위한 치료용 글입니다. 따라서 영신수련 관점의 글과 같을 수가 없기에 많은 분이 오해를 하시는데, 이 편지를 보시고 영성상담 치료에 대해 이해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머님이 덧씌운 굴레를 이젠 벗고 살렵니다. 용기를 내어 신부님께 편지를 드립니다. 내 안의 죽어 있는 아이를 도와주십시오. 저는 60살이 넘은 사람입니다. 40살에 세례를 받았고요. 저는 30년간 발작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정신과 약을 먹고 성당 피정 등 안 다닌 데가 없을 정도로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지금까지 치료를 해왔지만 좋아졌다가 다시 재발합니다.
 

 우연히 평화방송 TV를 봤는데 신부님께서 첫 강의, 분노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전율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한 번도 빠짐없이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30년을 헤맸지만 처음입니다. 「벗어야 산다」는 책을 사서 5번 정독을 했습니다. 앞으로 열 번 스무 번 더 읽을 것입니다. 참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말씀, 신부님의 개인 체험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제는 책을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까지 됐습니다. 신부님 강의 중에 우리 안에 아이가 있다는 말씀, 그 아이에 대한 꿈을 많이 꾸었습니다. 제가 아이를 안고 있는데 그 아이가 죽어 있습니다. 어떤 때는 아이를 안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숨만 간신히 붙어 있는 아이의 꿈….
 

 신부님 저는 10살 때부터 화내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됐습니다. 어른 아이가 된 것입니다. 지독한 가난과 주정뱅이 아버지는 노름과 바람, 무책임, 욕설을 일삼았습니다. 세상에서 저희 아버지처럼 욕을 많이 하는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부부싸움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결심했습니다. 절대 화내지 말아야지.
 

 저는 어린 시절부터 시장 가게에서 점원 생활을 하면서 동생들을 공부시켰습니다. 이런 저를 친정 엄마는 천사라고 합니다. 25살에 지금 남편과 결혼했는데 시댁도 가난하고 더욱이 제가 맏며느리입니다. 또 천사로 살았습니다. 30살 때부터 온몸이 종합병원이었습니다. 불면증과 손발, 온몸이 떨리는 병이 계속됐습니다.
 

 그러다가 마흔 살에 세례를 받고 성당에 가서 더 천사가 됐습니다. 화를 내는 감정이 더 죽어버렸습니다. 병든 영혼에는 신앙이 독이 되기도 하더군요. 신부님, 저는 아버지에게보다 어머니에게 더 화가 나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 사진을 놓고 막 화를 냈습니다. 처음인데 참 속이 후련했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화내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3년 전에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약도 먹어야 하지만 전문적 심리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는 데도 없고 비용도 그렇고, 이젠 나이도 들고 형편도 넉넉하지 못해 남편이 옷 수선 가게를 해서 먹고는 살지만, 상담받기엔 부담스럽습니다.
 

 신부님 강의를 듣고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의 힘이 길러지겠지요. 그런 희망을 품으니 요즈음은 살 맛이 납니다. 나도 치유돼 건강한 신앙인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신부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친정아버지 이미지 때문에 하느님 아버지라고 기도할 때마다 `아버지`라는 단어가 저를 힘들게 합니다. 친정아버지에게 한 번도 안정감을 느껴보지 못했으니까요.
 

 신부님이 책 속에서 한 말씀처럼 가짜 믿음과 가짜 사랑, 가짜 위안, 가짜 나, 가짜 평화 등의 껍질을 벗고 영혼의 시원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나는 진짜 누구일까. 내 진짜 모습은 어떨까. 부모님께서 이름 지어준 천사라는 그 굴레를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저 좀 살려주십시오.
 
 
 (이 편지를 받고 자매님에게 제가 만든 책 12권을 보내드렸더니 다시 답장이 왔습니다.)
 

 가슴속에 묻어뒀던 것들을 끄집어내 편지를 보내고 난 후 마음의 가벼움을 느꼈습니다. 이게 웬일일까, 그래서 상담이 좋은 것인가?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중략) 보내주신 책을 보고 푸짐한 밥상이 놓인 듯 매우 행복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고 마음껏 울었습니다.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중략) 아, 이것이구나 이젠 문제가 보입니다. 문제가 보이면 답이 보이고, 정말 희망이 보입니다. 병든 신앙인, 건강한 신앙인, 거룩한 신앙인. 고맙습니다. 심리 상담을 하신 신부님 고맙습니다. 보내 주신 책들을 두고두고 읽고 또 읽어 건강한 마음, 제 마음을 이해하고 제 안의 죽어 있는 아이, 그 아이를 잘 돌보겠습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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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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