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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43) 성당은 어떤 곳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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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가 아는 분이 여행사를 통해 유럽여행을 다녀오셨는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도대체 다닌 곳이라곤 성당밖엔 없다고 하면서 돈 들여서 갔다온 것이 아깝다, 그 나라들은 무슨 성당을 그렇게 많이 지은 것이냐, 교회에서 신자들을 착취한 것이 아니냐 하면서 저에게 신랄한 질문을 하는데 초보 신앙인인 저로서는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이런 분들에게 성당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런지요.
 
 A. 그분과 비슷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런 말을 하는 분들은 유럽사회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란 것입니다. 만약 외국인이 한국을 다녀가서는 한국에 갔더니 보여주는 것이라곤 절간밖에 없었다고 한다면 우리가 어떤 말을 할까요? 유럽은 가톨릭국가이고, 그러니 당연히 성당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남미에 성당이 많은 것은 단순히 그 나라가 가톨릭국가여서만은 아닙니다. 성당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성모님 메시지 때문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발현하실 때마다 성당을 지어달라는 당부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산골짜기인 프랑스 루르드, 벨기에 반뇌를 비롯한 여러 곳에 크고 작은 성당들이 세워지고, 동네 곳곳에 성모님 뜻을 기리기 위한 성당들이 세워진 것입니다.
 이런 성당들이 우리 신앙생활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성당은 하느님과 성모님을 비롯한 여러 분과 영적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즉 우리의 영성적인 면을 성장시키기 위한 터란 것입니다. 세상에는 거룩한 자리와 속된 자리, 두 가지 자리가 있습니다. 무속신앙을 믿는 분들은 지리산이나 계룡산을 찾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영적 체험을 하기 위한 장소로 그곳이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나 증권거래소 같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는 없겠지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영적 장소가 필요한데, 바로 성당이 그곳입니다.
 두 번째 이유로 성당은 마음의 휴식처입니다. 저도 얼마 전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성지순례는 참으로 고달픈 여정입니다. 매일 짐을 싸고 풀어야 하고 버스와 비행기를 타야 하는 힘겨움뿐 아니라 낯선 음식, 낯선 잠자리에 몸과 마음이 지쳐갑니다. 그래서 같이 순례를 하는 분들끼리 예민한 상태에서 작은 다툼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 성당에 들어가면 마치 어머니 품에 들은 것처럼 마음이 평안해집니다.(그래서 일부 영성심리학자들은 성당을 어머니 자궁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그곳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동안에는 마음에 영적 감동이 밀려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 역시 그런 체험을 여러 번 했고요. 이처럼 성당은 인생길 순례자인 우리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아주 중요한 휴식처인 것입니다.
 세 번째로 성당은 우리 인생을 돌아보기에 아주 좋은 자리입니다. 새 생명이 태어나면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습니다. 부부로 첫 걸음을 걷는 혼인성사도 성당에서 합니다. 돌아가신 분 장례미사를 해주는 곳도 성당이고, 죽은 자와 산 자가 마음의 통교를 하는 곳도 성당입니다.
 이처럼 성당은 인생 전반의 모든 주제들이 함께하고 있기에 성당을 자주 찾아가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분들이 많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성당들도 그렇지만 가톨릭국가 성당들은 사람들이 서로 만나 관계를 새롭게 하고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받는 아주 중요한 사회적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또 마을 사람들이 심리적 일치를 이루는 데 성당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와 같이 성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인간사에 깊은 영향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곳이기에 우리는 거룩한 곳이란 의미로 성당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간혹 유럽 성당이 너무 화려하다, 신자들 돈을 착취해서 지은 것 아니냐, 성당이 화려한 것을 보면 성직자들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알 수 있다면서 마치 화려한 성당이 무슨 범죄의 결과물인양 비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신심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이들의 주장입니다. 신자들 중에서 신심이 강한 분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성당 지을 헌금을 내놓습니다. 성당에 자기 이름으로 봉헌된 성물이 있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는 신심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절에서 신도들에게 기왓장 한 장이라도 바치게 하는 것과 유사한 신앙행위인 것입니다.
 성당이 화려하면 성직자들 생활도 화려한 것이냐 하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유명한 비안네 신부님 경우를 들자면 성당은 주님을 모시는 곳이기에 화려하게 꾸미셨어도 당신 숙소는 마치 마굿간 같았다고 합니다. 유럽 수도원을 다녀오신 분들은 잘 아는 사실입니다.
 성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닙니다. 성당은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고, 인간 역사의 많은 것들이 기억된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형제님께서는 우리 교회가 이런 중요한 성당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셔야 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 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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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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