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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148) Q.부활신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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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부활신앙이란?
   예수 부활 대축일이 되면 많은 신자가 주님 부활을 기뻐하는 행사를 합니다만, 주님 부활이란 주제 자체가 제게는 와닿지를 않습니다. 제가 믿음이 약해서인가요? `주님이 정말 부활하셨을까?`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부활한다는 것도 저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주님을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해도 제게는 그런 은총이 주어지지 않아 내심 서운하기도 합니다.

 
 A. 형제님 고민은 사실 많은 신자가 말없이 가진 신앙적 고민이기도 합니다. 부활 신앙은 여러 가지 면으로 생각돼야 합니다. 우선 주님의 실제적 부활 측면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우리 교회에는 기도 안에서 2000년 전에 돌아가신 예수님과 조우하는 즉, 부활하신 주님과 영적 만남을 갖는 수많은 신자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너무나도 생생한 체험을 통해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그리고 지금도 우리와 너무도 가까이 계심을 경험하고 사람들에게 그 기쁨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그분들을 통해 부활신앙의 맥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체험이 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냉담생활을 시작해 꽤 오랫동안 성당을 멀리했었습니다. 한때 어린 시절 수도회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심리적 압박감과 내적 힘겨움으로 어려운 시간을 겪게 됐는데, 그때 주님이 계신다면 한 번만 뵙게 해달라고 기도했건만 응답이 없어서 미련없이 성당에 발을 끊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심지어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신앙생활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려고까지 했었습니다.

 형제님이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만 무속인이 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열심히 불공을 드리며 수련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어디가 예뻐서인지 주님께서 은총을 주셨습니다. 당신이 제게 나타나시는 `하느님 체험`을 주신 것입니다. 지금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1980년 12월 25일 새벽 5시. 자다가 눈을 떴는데 창밖이 아직 어두워 더 잘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벽에 걸어둔(기도도 안 하고 냉담을 하면서도 십자가는 그냥 걸어뒀지요) 십자가에서 너무나도 밝은 빛이 내리 쏘이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는데, 제 눈앞에 아주 넓은 벌판이 보이고 그 광야에 수많은 십자가들이 서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십자가에 달린 분에게서 빛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분이 제게 물었습니다.
 "마태오야,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러나 저는 너무 당황하고 놀라 대답을 못했는데, 세 번이나 물으시더군요.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그래도 대답 못하자 아주 따뜻한 빛이 저를 감싸는데 평생 처음 느껴본 체험이었습니다. 그때 마음속으로 `아 이대로 죽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체험을 하고난 후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을 그리고 늘 제 곁에 함께 해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신학교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 이후로도 사제생활을 하는 동안에 여러 차례 제가 심리적으로 무너져 내리려 할 때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영적 체험을 주셔서 약하고 어리석은 제가 사제의 길을 가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분이 주신 그런 은총이 없었다면 저는 사제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영성심리학에서는 인간이 영적 삶에 마음을 두려면 `절정 체험`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일상적 기쁨이 아닌 물질이 주는 기쁨이거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서 갖는 그런 기쁨의 수준이 아닌 세상 기쁨을 넘어선 초자연적 체험, 영적 체험을 해야 마음의 눈을 하늘에 두고 사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교회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수준을 넘어선 하느님과 영적 조우를 하는 기쁨을 맛봐야 교회에서 주는 가르침들이 그냥 허구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미래적인 것임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체험은 절대 건성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사람,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숙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이 어느 날 갑자기 평소 실력과는 판이한 실력을 보이면 주위 사람들이 "그분이 오셨다"고 농담을 하는데 신들린 경지의 실력을 보이는 선수들은 대개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현상은 종교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주님을 알려 하고, 주님을 가까이하려고 더 노력하는 신앙인들에게 주어지는 은총이 영적 체험, 절정 체험, 하느님 체험입니다. 형제님께서도 스스로 믿음이 약하다고 자탄하지 마시고 꾸준히 신앙인의 길을 가신다면 언젠가 주님께서 형제님께 큰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1급 심리 상담가. 그루터기영성심리상담센터 담당)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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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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