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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8) 맑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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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각기 다른 얼굴을 가지고, 각기 다른 생각과 다른 눈을 가지고 살아간다. 같은 사물과 같은 사실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볼 수 있는 시력과 시야가 다르고, 보는 각도에 따라 시각과 관점이 같지 않다. 그래서 어떤 한 사람에 대한 각 사람의 시각의 차이가 있고, 하나의 사건도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사람들은 제각기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세계관’(世界觀)이라고 한다. 이 세계관은 있는 것 모든 것을 보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총체적이고 전인격적(全人格的)이다. 그래서 사람은 어떤 세계관을 가졌는가에 따라서 세상과 인간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역사와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 세계관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내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상과 인생에 대해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 비관적인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그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 너무나 다를 것이다.

예수님은 자주 눈의 중요성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눈은 몸의 등불이다.”(마태 6,22) 예수님의 이 말씀은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우선 고대 사람들이 눈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옛사람들은 인간의 눈이 자체로 불 혹은 빛을 가지고 있어, 그것 때문에사람이 볼 수 있고 주변의 어둠을 비춘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생각은 헬레니즘 시대와 예수님 당시의 유다인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었다. 따라서 “눈은 몸의 등불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눈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리학적인 의미의 눈에 관한 가르침이다.

예수님은 인간의 눈에 대하여 다른 측면의 말씀도 하신다.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못하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마태 6,22-23) 이 말씀은 여전히 신체적인 눈에 관한 말씀일까? 예수님은 여기서 건강한 눈과 아픈 눈에 관해 말씀하실까?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눈의 의미는 하나의 ‘은유’(metaphor)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여기서 눈은 한 사람이 가지는 품성, 삶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맑은 눈’은 친절, 관대함, 올곧음을 뜻하고, ‘성하지 못한 눈’ 혹은 ‘악한 눈’은 원한, 탐욕, 질투, 계산적인 행동 등을 가리킨다.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의 삶은 환하고 밝으며, ‘성하지 못한 눈’을 가진 삶은 어둡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님은 ‘맑은 눈’과 ‘악한 눈’을 분명하게 대조시키며, 우리를 ‘맑은 눈’을 가진 삶, 즉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관대하며 정직한 삶으로 초대하신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나의 ‘보기’(vision)이다. 즉 신앙은 있는 것 모든 것 즉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구체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의 눈으로 세상과 인간을 본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신앙의 눈이란 다름 아니라 예수님의 눈으로 있는 것 모든 것을 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전적으로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투신하셨다. 따라서 신앙은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고, 그분처럼 보는 것이다. 예수님은 어떻게 하느님, 인간, 세상을 보셨는가? 그분의 ‘보기’에는 어떤 ‘새로움’(newness)이 있었는가? 우리는 어떻게, 어디에서 예수님의 독특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예수님은 당신 말씀을 통하여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를 가르치신다. 그것은 단순히 관습적이고 전통적인 지혜를 답습하고 반복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오히려 청중으로 하여금 하느님과 인생을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초대하신다. 그분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도록 가르치신다. 그래서 기존의 방식을 뒤엎는 ‘전복적 지혜’(subversive wisdom)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는 ‘대안적 지혜’(alternative wisdom)를 가르치신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제안하시고 새롭게 보기로 초대하신다. 예수님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것, 그래서 그분의 비전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이다. 여기에 예수님의 새로움과 우리 신앙의 독특함이 있다.


송창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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