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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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19) 열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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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체 중 심장을 가리키는 ‘마음’(heart)이라는 단어는 ‘생각’ ‘지능’ ‘의지’ ‘사랑’ ‘용기’ ‘고통’ ‘기쁨’ ‘중심’ 등을 의미하고, 결국 전체로서의 인간 자신을 가리킨다. 즉 ‘마음’은 전체로서의 ‘내적 자아’(the inner self as whole)와 인간의 존재 방식을 의미하는 하나의 ‘은유’(metaphor)이다. 이와 같이 성경에는 인간의 한 부분을 가리키는 단어가 인간 전체를 의미하는 용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삶에서는 자아의 가장 깊은 차원인 마음이 하느님을 향해 있을 수도 있고 하느님으로부터 떠나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을 향해 열린 상태일 수도 있고 닫힌 상태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마음의 상태를 ‘닫힌 마음’(closed heart)과 ‘열린 마음’(open heart)으로 나눌 수 있다. 성경은 이 두 마음의 상태를 ‘돌처럼 굳은 마음’과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에제 36,26)

닫힌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이다. 닫힌 마음은 글자 그대로 단단한 껍질과 두꺼운 외피 속에 갇혀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너’와의 관계에서 고립되어 ‘나’ 안에 갇힌 자기중심적인 삶을 가리킨다. 닫힌 마음과 갇힌 삶의 모습은 ‘무딘 마음’ ‘교만한 마음’ ‘완고한 마음’ ‘굳어진 마음’으로도 표현된다.

열린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창조 세계와의 단절된 관계가 다시 연결되고 공동체가 회복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즉 화해와 평화, 사랑의 상태이다. 닫힌 마음의 갇힌 ‘나’는 자신을 감싸던 껍질을 깨고 ‘너’에게로 향해 올바른 관계를 형성한다. 이 변화는 ‘다시 태어나기’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열린 마음은 열린 눈과 함께 간다. 마음이 열리면 하느님과 창조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마음의 눈이 밝혀지면 어둠에서 빛으로, 밤에서 낮으로 옮겨간다. 그래서 열린 마음은 하느님의 현존을 기억하고 그 신비의 흔적 안에서 살아간다. 이 비추임과 깨달음은 ‘있음’의 신비에 감동하고 감탄하게 만든다. 그래서 열린 마음은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열린 마음은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와 ‘정의를 위한 열정’(passion for justice)과 함께 간다. 열린 마음은 다른 사람들과 피조물의 아픔에 공감하는 자비로운 마음이다. 이 열린 마음은 변화된 마음, 새로운 마음이며 예수님의 마음, 즉 그분의 삶의 방식을 뒤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존재 방식이다.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의 변화, 즉 새로운 삶의 방식은 두 가지 차원을 가진다. 즉 열린 마음은 개인적(individual)인 동시에 공동체적(communal)이며, 영적(spiritual)인 동시에 사회적(social)이고, 인격적(personal)인 동시에 정치적(political)인 변화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차원은 성경과 예수님이 제시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가지는 새로운 비전의 내용이다. 닫힌 마음에서 열린 마음으로의 변화를 우리는 구원이라고 표현한다. 이 구원은 개인으로서의 우리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관한 것인 동시에 우리가 사회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구원은 정의에 관한 것으로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생태적 정의에 관한 것이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그분과 함께 시작된 ‘열린 마음’ ‘새로운 마음’으로의 변화는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삶을 의미한다. 그것은 ‘새로운 마음’ ‘열린 마음’‘변화된 마음’ ‘함께 아파하는 마음’으로의 초대이다. 새로운 마음은 하느님과 다른 사람, 그리고 창조 세계와의 단절된 관계를 다시 새롭게 회복시키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다. 이 새로운 마음은 그리스도인의 새로운 존재 방식으로서 ‘개인적’ ‘영적’ ‘인격적’인 동시에 ‘공동체적’ ‘사회적’ ‘정치적’ ‘생태적’ 차원을 가진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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