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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28) 대안적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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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의 지혜문학 중에서 잠언이 상선벌악(賞善罰惡)의 전통적인 관습적 지혜를 가르친다면, 코헬렛과 욥기는 다른 전망을 제시하는 대안적 지혜를 가르친다.

사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삶이 성공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인 지혜에는 두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관습적 지혜’이고, 다른 하나는 ‘대안적 지혜’이다.

관습적 지혜는 모두 다 아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일종의 문화적 합의로서, 사람들은 그 안에서 ‘사회화’된다. 즉 관습적 지혜는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늘 추구하던 가치이다. 이에 반해 대안적 지혜는 관습적 지혜에 의문을 제기하고 지혜의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그래서 대안적 지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대안적 길이다.

이와 같이 지혜의 두 종류인 관습적 지혜와 대안적 지혜는 지혜 전승의 다양성과 풍부함을 표현한다.

예수님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했던 관습적 지혜는 가족, 부, 명예, 정결 등의 가치였다. 특히 유다인들에게 가족은 매우 중요하였다. 가족은 가부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남자들, 특히 아버지가 권위를 가졌다. 사람들은 이 가족 안에서 생활하였다. 가족은 기본적인 경제적 생산 단위였고 물질적 안전의 기반이었으며 정체성의 원천이기도 했다. 그래서 혈통이 중요시되었다. 남자는 누구의 아들로 알려졌고, 여자는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로 알려졌다. 가족에 대한 충실성이 강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수님은 혈연의 가치가 아니라, 당신이 제안하신 새로운 질서와 대안적 가치를 뒤따르고 당신의 삶의 방식을 따라나선 새로운 가족을 제시하신다.

예수님은 마르코 복음서 3장 34-35절에서 당신 말씀을 듣고 있던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예수님은 새로운 가족을 제시하신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혈연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즉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선택한 사람들의 이 공동체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그분과의 ‘친교’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공동체’를 의미한다.

심지어 예수님을 뒤따르는 것은 가족에 대한 미움을 수반한다. 루카 복음서 14장 26절에서는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라고 하신다.

가족을 미워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가르치신 예수님이 가족에 대한 미움을 말씀하셨을까? 우리는 당시 히브리어와 아람어에서 ‘미워하다’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서 ‘미워하다’는 것은 ‘덜 사랑하다’, ‘둘째 자리에 두다’를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는 병행 구절인 마태오 복음서 10장 37절의 말씀,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도 나에게 합당하지 않다.”에서 더 분명히 드러난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대안적 지혜는 관습적 지혜의 가치들을 상대화시키신다. 예수님은 새로운 질서와 대안적 가치를 앞세우신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에게 중심 두기’이다. 예수님은 당시의 가부장적인 관습적 질서라는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심 두기, 즉 다시 하느님에게 중심 두기에로 초대하신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대안적 지혜에로의 초대이다. 예수님은 우리가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살아왔던 인생의 가치들에 대한 대안으로서 하느님에게 중심을 두는 새로운 삶을 제안하신다. 인생과 세상의 그 어떤 가치보다도 하느님과 그 나라를 중심에 두는 삶, 그것이 바로 예수님이 초대하시는 새로운 지혜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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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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