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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4) 식탁에서의 하느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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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 그들은 무엇과 같은가?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루카 7,31-32)

예수님은 당신의 하느님 나라 운동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이들을 비협조적이고 까다로운 아이들과 비교하신다. 한 그룹의 아이들은 다른 그룹의 아이들이 그들 놀이에 합류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들이 즐거운 놀이를 제안하든 슬픈 놀이를 제안하든 다른 이들은 놀기를 거절한다.

예수님은 이 이야기를 세례자 요한과 당신 자신이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표현하기 위하여 적용하신다. “사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너희는 말한다.”(루카 7,33-34)

세례자 요한은 금욕주의적인 생활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것은 다가올 심판에 대한 단호한 메시지와 회개의 필요성에 부합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활 방식은 전혀 달랐다. 그분은 모든 부류의 사람들과 형제로 지내셨고 그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셨다. 그래서 반대자들은 예수님을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라고 비난한다. 이것은 예수님이 반대자들에 의해 어떻게 인식되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먹고 마시는 것에 탐닉한다는 비난과 소문난 죄인들과 친교를 나눈다는 비난은 사실 하나이다. 예수님은 이른바 나쁜 부류의 사람들과 음식을 함께 나누셨다.

식사는 단순히 배고픈 이가 배부르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다른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누구와 함께 식사하는가이다. 사람들은 어떤 이들과는 함께 식사를 하지만, 다른 이들과는 식사하지 않는다. 따라서 식사는 다양한 사회적 경계들(social boundaries)을 확립하고 강화시킨다.

예수님 당시의 유다인 사회에서도 그러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내집단(內集團, in-group)과 외집단(外集團, out-group) 사이의 구분은 자의적이지 않다. 세리와 죄인들은 거룩하지 않은 이들, 깨끗하지 않은 이들, 율법의 윤리적 요구를 지키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식탁에서 배제되어야 했다.

반대자들은 예수님이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한다고 비난한다. 사실 유다 지도자들도 세리와 죄인들이 회개하여 하느님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예수님이 유다 지도자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기 전에 그들의 회개를 요구하지 않으셨다는 점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이든지, 더러운 영으로부터의 해방을, 병의 치유를, 죄의 용서를 필요로 하는 그 누구와도 거리를 두지 않으셨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예수님의 사명이었다.

이와 같이 세례자 요한과의 대조를 통해 우리는 예수님의 사명과 그 실천에 대하여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고 그것을 당신과의 식탁 친교(Table fellowship) 안에서 거행하셨다.

예수님의 식사는 근엄한 일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기쁘게 거행하는 것이었다.

사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다른 유다인들처럼 엄격한 단식을 실천하였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아서 그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루카 5,33) 그러나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이 단식하는 것은 신랑과 함께 있는 혼인 잔치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씀하신다.(루카 5,34)

바리사이들은 일상의 식사를 제의적 거룩함의 실천이 되게 하지만 예수님은 그것을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실천하는 것이 되게 하신다. 예수님은 당신과의 식탁 친교에서, 함께 음식을 나눔에서 하느님의 나라의 살림을 실천하신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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