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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54) 도시와 시골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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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서 3장 1-2절은 세례자 요한의 활동 시작을 말하며 “티베리우스 황제의 치세 제십오년, 본시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으로, 헤로데가 갈릴래아의 영주로, 그의 동생 필리포스가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방의 영주로, 리사니아스가 아빌레네의 영주로 있을 때, 또 한나스와 카야파가 대사제로 있을 때”라고 언급한다.

기원후 2세기 초의 로마 역사가 타치투스(Tacitus)는 “티베리우스 황제 통치하에서 모든 것이 평온하였다.”라고 기록하였다.(“연대기” 5권 9-10) 그런데 이것은 당시 상황에 대한 지배자들의 관점을 반영한다. 억압과 착취의 힘든 조건에서 생존을 위하여 노동하였던 시골 마을 사람들의 상황 인식은 달랐다.

기원후 1세기의 팔레스티나는 갈등 속의 세계였다. 예수님 당시의 로마 제국은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긴장과 갈등 위에 세워진 농업 사회였다. 당시의 팔레스티나는 로마 총독의 통치, 갈릴래아와 그 주변 지역을 다스렸던 헤로데 가문의 피보호자(client) 통치와 예루살렘의 대사제 가문들을 통한 로마 제국의 식민지 지배 아래 있었다. 따라서 갈등은 도시에 기반을 둔 지배 계층과 시골 마을에 살았던 피지배자 사이의 이념적 충돌이었다. 로마 제국은 물리적 점령 뿐 아니라 이념적 지배를 추구하였다.

로마 제국의 지리적 구조는 여러 도시와 그 주변의 시골 지역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시골의 마을들은 도시에 종속되어 있었다. 농촌 지역은 도시가 요구하는 식량과 다른 생산물들을 생산하였다. 도시는 그 농촌의 생산물을 소비하였다. 또한 도시는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무역과 상업에 참여하며, 제국의 행정과 안전을 위한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도시와 시골 마을의 관계는 전체 사회-정치적 구조 안에서 위계질서와 착취의 성격을 드러내며 경제생활에서의 불평등을 반영한다.

이와 같이 도시는 지배 엘리트 권력의 중심지였으며, 주변 지역의 마을들에 대한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 통제를 확대시켰다. 지배 계층은 그들의 권력, 부, 지위를 과시, 보호, 향상시키기 위하여 도시와 시골 마을의 체제를 운영하였다. 그래서 도시는 지배 엘리트의 통제와 사회적 위계질서의 표현이었다.

도시 생활에서 정치, 상업, 종교, 사회, 주거 등의 측면들은 서로 밀접히 연결되었다. 도시는 관공서, 재판정, 성전 등과 같이 정치적, 종교적 권력을 드러내는 건축물들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극장, 경기장, 광장 등과 같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들은 오락, 종교적 제전, 무역을 통해 지배 엘리트의 통제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수님 당시의 갈릴래아에도 카이사리아 필리피, 세포리스와 티베리아스 등과 같은 중요한 도시들이 존재했다. 이중 세포리스와 티베리아스는 복음서에 언급되지 않는다. 갈릴래아의 영주 헤로데 안티파스(기원전 4년~기원후 39년)는 세포리스 도시를 재건축하고 요새화하였으며, 기원후 18년경에는 티베리아스를 건설하고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기원후 14~37년)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였다. 헤로데 안티파스는 갈릴래아의 수도를 세포리스에서 티베리아스로 옮겼다. 이 도시들에는 다양한 공공건물들, 즉 경기장, 궁전, 회당, 반원형 야외극장, 대저택 등이 건설되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주로 나자렛, 카파르나움 등과 같은 시골 마을과 고을에서 활동하셨다. 물론 그분은 시리아의 도시들인 티로와 시돈, 그리고 남쪽으로 예루살렘으로도 가셨다. 당시 도시와 그 주변의 시골 지역들로 이루어진 지리적 구조는 다음 복음서들의 구절들에서도 확인된다.

예수님은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마르 8,27), 티로와 시돈의 주변 지역(마르 7,24-31)으로 가셨다. 헤로데 대왕은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학살하였다.(마태 2,16) 예수님 당시에 예루살렘은 유다와 갈릴래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갔다. 예루살렘의 성전에 기반을 둔 지배 엘리트는 세례자 요한에게 질문하기 위하여 예루살렘과 갈릴래아 사이에 있던 베타니아로 대표자들을 보낸다.(요한 1,19-28) 그리고 예루살렘의 지배 엘리트인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갈릴래아로 와서 예수님에게 질문한다.(마태 15,1)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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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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