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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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와 함께 쓰는 나의 복음서] <6>기적의 꽃(마르 5, 21-43)

우리 믿음을 보시고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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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이로의 딸의 부활`, 일리아 레핀 작, 1871년, 국립 러시아 박물관.
 
 
 이번 주는 야이로의 딸과 하혈하는 부인 이야기를 살펴보자.
 마르코복음의 특징은 함구령이다. 예수님은 일을 행하신 다음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마라"며 함구령을 내리시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이 함구령을 내리실 때는 당신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을 때다. 어떤 정체성이 드러났기 때문일까.

 오늘 예수님은 전형적 이방인 도시인 요르단 강 건너편, 게라사 지방에 가셨다. 여기에서 일어난 `마귀들과 돼지 떼`의 교훈은 예수님이 아무리 강력한 악의 세력이라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계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카파르나움으로 이동하셨다. 예수님이 마귀 들린 사람을 고쳐주셨다는 소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 군중 가운데는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예수님께 특별한 은총을 받으려는 사람도 있었다. 이중 예수님과 만날 수 있는 믿음을 지닌 사람은 단 두 사람이었다.

 한 명은 카파르나움의 회당장 야이로였다. 회당을 관리하고 예배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당시 유다인 사회에서 권위 있고 지위가 높았다. 유다교 지도자인 그가 예수님께 치유와 자비를 간청하는 것은 예수님에 대한 명성과 소문이 일반 사람뿐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알려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히브리어인 `야이로`라는 이름에는 `주님이 비추신다`, `주님이 일으켜 주신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야이로라는 이름을 통해 예수님은 야이로의 딸을 생명으로 일으켜주실 것이며, 예수님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드러내실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야이로는 자신의 종을 예수님께 보내지 않고 스스로 예수님께 나아가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하며 아이에게 가셔서 손을 얹어 아이가 다시 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예수님은 야이로와 함께 그의 집을 향해 가고 계셨다. 군중도 예수님을 따라갔다. 그런데 따라가던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 하혈하던 여인이 있었다. 율법에서 피는 생명을 상징하며 생명의 상징인 피를 흘린다는 것은 부정하다고 규정돼 있다. 이 여인은 긴 시간 동안 가족과 격리돼 있었고, 하느님을 경배하는 자리에 갈 수 없었다. 병 자체도 고통스러운데 사람들에게 죄의 결과로 얻은 병이라며 손가락질을 당했다. 여인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댔다. 놀랍게도 예수님은 당신에게서 강한 힘이 빠져나간 것을 알아차리셨다. 예수님은 군중을 둘러 보며 "누가 나의 옷에 손을 대었느냐"고 물으셨다.

 여인은 두려운 마음에 엎드려 고백했다. 하혈하던 여인은 이미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댔을 때 출혈이 멈췄다. 여인은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구원을 받으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여기서 병을 치유받는 것을 뛰어넘어 구원의 자비를 바라는 여인의 믿음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여인에게 말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공관복음서를 보면 예수님께 치유받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구원자이신 예수님께 믿음을 가졌고, 그 믿음은 치유의 은총을 베푸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었다.

 "평안히 가거라"는 평화 안으로 떠나라는 뜻이다. 이 평화는 건강해지는 것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충만하고 완전한 상태로 돌아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야이로는 속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야이로의 집에서 한 사람이 침통한 얼굴로 다가왔다. 야이로는 딸이 죽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예수님은 야이로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
 "두려워하지 말고" 이 말씀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메시아로서 죽음의 세력을 제압하고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의 자기 계시다. "믿기만 하여라"는 예수님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일으키는 분이시니 모든 것을 예수님께 의탁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야이로 집에 도착하니, 울고 탄식하는 사람들로 어수선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죽은 것이 아니라 자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부모와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 세 제자를 데리고 소녀의 방으로 들어가셨다. 예수님은 소녀의 손을 잡으시고 "탈리타 쿰!"(마르 5,41)이라고 말씀하셨다. "일어나라"는 뜻인 이 말은 당시 주술가들이 병자를 치유할 때 사용하거나 부모가 잠든 딸을 깨울 때 사용하는 말이었다. 마르코복음은 이 말을 그리스어로 옮기면서 생명의 힘을 지니고 있는 예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죽은 사람을 살리는 일은 하느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일을 예수님이 하셨다. 예수님이 이 일을 행하심으로써 예수님은 죽은 사람(야이로의 딸)을 살리셨고, 이로써 하느님의 아들(메시아)이심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사건은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 부활을 통해서만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예수님께 딸의 치유를 간청한 회당장 야이로와 예수님 옷자락에 손을 댄 하혈하던 여인은 예수님만이 생명의 은총을 베푸실 수 있다는 것을 굳게 믿었다. 그 믿음으로 예수님께 희망을 걸고 자비를 청했고, 예수님은 이들의 믿음을 보시고, 원하는 소망을 다 이뤄주셨다.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이러한 믿음을 요구하신다.

정리=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방송시간 : (화) 오전 8시, (수) 새벽 1시/오후 1시 40분, (금) 밤 8시, (토) 밤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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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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