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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이야기] (83)소유권에서 사용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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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소유욕은 한이 없는 것 같다. 소유할 것을 찾아 헤매다 달과 화성의 땅까지 사고파는 이상한 시대가 되었다. 1980년 달의 토지를 판매하는 미국의 ‘루나 엠버시’라는 회사가 창설된 이래로 현재까지 600만 명이 넘는 토지 구매자가 생겨났다. 이들은 재미로 달을 소유한다고는 하지만 혹시나 모를 우주개발 시대에 앞서 투자의 개념으로 토지를 구매했다고 말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리 본즈는 단일 시즌 최고 홈런(73호) 기록과 통산 최고 홈런(762호) 기록을 세운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이다. 배리 본즈의 73번째 홈런볼이 2001년 샌프란시스코 퍼시픽벨파크 경기장 관중석에 떨어졌다. 이때 알렉스 포포프는 글러브로 홈런볼을 잡았다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관중들로 인해 놓치고 말았다. 결국, 공은 패트릭 하야시라는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포포프는 너무 억울해서 자신이 공의 소유권자라면서 소송을 걸었다. 그 결과 ‘0.6초’ 동안 공을 먼저 잡았던 사실이 인정돼 소유권의 절반을 얻었다. 이 두 사람은 공을 팔아 수입을 나누기로 했지만, 홈런볼은 45만 달러(약 5억 4천만 원)에 낙찰되고 말았다. 포포프는 소송비로 47만 3500달러를 청구 당해 약 24만 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하루하루 서울의 아파트값이 올라가는 현상을 보면서 인간의 땅이나 물질에 대한 소유욕은 어디까지일까 생각해 본다. 소유욕의 근본은 바로 생존의 욕구에 있을 것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인간은 필요한 재화를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소유가 생존이 아닌 다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발생할 때 우리는 그 욕심과 욕망으로부터 고통을 받게 된다. 고통의 원인이 욕망에 있음을 알면서도 왜 이것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소유만이 인간의 욕망과 허기를 달랠 유일한 방법일까?

자연을 벗 삼아 산책을 하고 있노라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운 산과 들판 그리고 계곡에도 다 주인이 있겠지? 그런데 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이유는 오래전 인상 깊게 본 영화의 한 대사가 머리에 종종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과 함께 병원 앞마당에 나와 먼 산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내 딸아, 나는 저 산을 매일같이 오르며 한평생 저 산과 함께 내 삶을 살아왔단다. 이젠 나와 같이 살아온 저 산과도 이별하게 되는구나.”

“아버지, 저 산에도 다 이름 모를 땅 주인이 있을 텐데 남의 산을 오르면서도 마치 아버지 산처럼 생각하시네요?”

“그래, 저 산도 다 주인이 있겠지. 그런데 그들이 평생 저 산에 얼마나 왔다 갔을 것 같니? 아마 자기 산의 위치와 생긴 모습을 보려고 한 두어 번은 다녀갔을까? 그러고 난 후 그들은 자신이 소유한 땅문서를 바라보며 한평생 흡족한 표정을 짓고 살았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나는 매일 저 산속 나무들이 선사하는 청량한 공기와 맑고 깨끗한 계곡의 생수를 마시며 살아왔단다.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저 산으로 들어간 나를 자연은 아무 조건 없이 받아주고 치유해 주었지. 아마 저 산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산은 과연 누구의 것이었을까? 문서로만 저 산을 소유한 사람들보다 저 산속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온 내가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누리는 마음으로 바꾼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라면 달의 땅을 사기보다는 은은한 달빛을 감상하며 우주의 신비를 한 번 더 느끼고 싶을 것 같다. 좋아하는 선수의 물건을 찾아 구매하기보다는 그 선수의 경기를 마음껏 즐길 것 같다. 돈도 없지만, 산을 매입하기보다는 산행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싶을 것 같다. 꽃을 보면 꺽지 말고 바라보는 마음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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