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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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복음] 성체 성혈 대축일 - 모두를 충만하게 하는 사랑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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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군중을 단지 육신의 음식으로 배를 불리는 것을 넘어, 사랑이 가득 담긴 영혼의 양식으로 배부르게 하시어 삶의 충만한 기쁨을 누리게 만들고자 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명령에는 제자들로 하여금 ‘사랑의 나눔’에 동참하기를 바라시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돌려받을 것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이런저런 조건들을 달아가며 스스로에게 제한을 두지 말고, 손해 보는 것을 아까워하며 망설이거나 미루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라는 것입니다. 그 나눔을 통해 제자들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돈을 지불하고 사는 가치들이 아니라, 햇볕 공기 물처럼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거저 베풀어주신 것들임을, 그런 하느님 사랑을 생각한다면 내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어야 함을, 사람을 참으로 사람답게 살게 하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요소가 바로 그 사랑임을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의 의도를 헤아리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섭리’보다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먼저 봅니다. 자기들에게는 수천 명분의 빵을 살만큼 큰돈이 없습니다. 그럴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내일의 삶을 걱정해야 하는 빠듯한 처지에서, 왜 자기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저들의 끼니까지 챙겨줘야 하는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내 한 몸 챙기기에도 버겁고, 하루하루 고된 삶을 지탱하기도 힘든데 대체 그럴 ‘여유’가 어딨느냐고, 지금 자기들이 가진 거라고는 제 입에 풀칠하기에도 모자란 보잘것없는 양식이 전부인데 그것마저 내어주기는 싫다고, 우리도 좀 먹고살아야겠다고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나무라지 않으시고, 당신이 하시려는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십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복하십니다. 하늘을 우러른다는 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분을 공경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자세입니다.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의 크고 작음을 비교하고 따지기 전에 먼저 ‘감사’해야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이 감사가 바로 ‘성체성사’의 핵심입니다. 내가 받고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것들에도 만족하며 감사할 수 있을 때 그것들을 기꺼이 하느님께 봉헌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 손안에 내어드린 것들을 축복하시어 그것들이 단순한 물질에만 머무르다 썩어 없어지지 않고, 우리를 충만히 채워주시는 당신의 사랑과 은총의 표징으로 변화되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 손으로 변화시키셨으니 그대로 나누어주시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굳이 제자들의 손을 빌려 ‘사랑의 성사’가 된 그 양식들을 나누어 주십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돈에 기울어져 사람을 외면하는 ‘황량한’ 마음이 아니라, 사랑에 기울어져 자신을 내어주는 충만하고 따스한 ‘정’(情)임을 느끼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지금 내가 갖고 누리는 모든 것은 다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이니 그 선물을 받은 내가 할 일은 그것이 내 안에 고여 욕심으로 썩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나를 통해 흐르게 하여 모두를 살리는 일임을, 우리는 사랑의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서로를 내어줌으로써만 살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모두 배불리 먹고 남은 조각을 모았더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고 합니다. 성경에서 열둘은 그 어떤 모자람도 없는 충만함을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모두의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주는 사랑의 기적은 나누고 베풀려는 작은 진심에서 시작됨을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분명 작은 숫자이지만 다섯과 둘을 합치면 ‘일곱’이라는, 성경에서 완전함을 상징하는 숫자가 됩니다. 나 혼자만 빵을 먹으려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다른 이에게 빵이 되어주는 이타심으로 나아갈 때, 우리 모두를 사랑의 참 기쁨으로 충만하게 채워주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 함승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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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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