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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시원하게 하는 나무 그늘

[신원섭의 나무와 숲 이야기] (12)불볕더위에 생각해 보는 나무의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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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증막이라는 표현이 실감 날 정도로 냉방이 된 실내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감싼다. 길가 텃밭에 심은 호박잎도 더위에 지쳐 힘없이 늘어져 있다. 여름은 더워야 맛이라고 위로해 보지만 정말 견디기 힘든 더위는 우리의 심리적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적 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올해엔 폭염이 길어진다는 예보에 이 여름을 어떻게 날까 걱정이다.

기상청의 자료를 분석한 보도로는 올해 6월 1일∼7월 7일 기간의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나 폭염·열대야 일수에서 지금까지 가장 더운 여름이 닥친 해로 꼽히는 1994년과 2016년, 2018년 3개 해의 기록을 모두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폭염은 33℃ 이상의 고온을 말하고 열대야는 한밤 기온이 25℃ 이상 지속하는 밤을 말한다. 대개 낮에 폭염이 있는 날에 열대야가 나타나는데 올해엔 특이하게도 ‘폭염 없는 열대야(熱帶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관측 사상 처음 ‘6월 열대야’가 시작하더니 여름철의 상식을 깨는 날씨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무더위와 상식을 뒤엎는 기후양상이 세계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6월 세계 평균기온은 지난 30년간의 평균값보다 0.32℃ 높았고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기후의 문제는 어느 한 곳의 국지적인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께서 주시고 우리에게 잘 관리하라고 한 지구를 잘못 지키고 있다는 경고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도 “하느님은 우리의 잘못을 한없이 용서하시지만, 환경은 우리의 잘못을 전혀 용서하지 않는다”라며 우리의 각성을 촉구하셨지 않는가.

이 더위에 나무가 주는 시원함을 생각해 본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에서 나무 그늘은 평균 4.5℃, 가로수는 평균 2.5℃의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무는 잎에서 증산작용을 통해 뿌리로부터 물을 끌어올려 내뿜고, 이 물이 기체화되면서 주변 기온을 낮아지게 한다. 또한, 나무의 가지와 잎은 천막 역할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주고 그늘을 만들어 주어 시원하게 한다. 도시에 있는 숲이 1㎡ 증가할 경우, 1년에 선풍기 5대를 틀어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하니 나무야말로 이 도시를 시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쾌적함을 주는 소중한 자원임을 알게 한다.

폭염과 지속되는 열대야는 수면을 방해하고 조그마한 소음에도 신경이 곤두서게 한다. 도시에 있는 나무들은 이런 소음을 감소시키는 데도 탁월하다. 나무의 잎은 소음을 흡수하고 또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서 우리가 직접 듣는 소음의 양과 크기를 감소해준다.

더위뿐만 아니고 겨울철에는 나무가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도시에 있는 건물은 나무가 제공하는 그늘과 창문의 위치에 따라 그 온도의 변화 차이가 심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춥고 바람이 부는 날씨의 경우, 집안의 공기는 시간당 두세 번 바깥 공기와 교체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방풍이 잘되는 집이라 하더라도 두세 시간 정도이면 집안의 전체 공기가 외부 공기와 교체된다고 한다. 따라서 집 근처에 나무가 있다면 바람막이 역할을 해 바람의 속도를 줄여주고 건물 안으로 공기 침투를 조절해서 난방 비용을 줄여 줄 수 있다.

이어지는 폭염이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나무의 고마움을 새삼 깨달을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의 자연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태도를 바꿀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원섭 라파엘(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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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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