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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신앙] (49) 진정으로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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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을 적은 목록이다. 누구나 만들 수 있겠지만, 치유가 어려운 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더욱 특별한 일일 것이다. 죽음을 앞둔 누군가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의미 없는 고통스러운 나날일 수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한 사람에게는 남은 열정을 불사를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일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에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버킷리스트를 작성할까?

이는 자연스럽게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여기서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실제로 원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보통 우리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과 구분하지 못하고 살 때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단 한 번도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혹은 다른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것을 내가 바란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우리 문화는 ‘무엇을 바라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해야 할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고 의무감에 떠밀려 살아가는 것도 문제가 아닐지. 사실 우리가 살아온 삶이 그것을 말해주지 않나. 우리는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못 찾고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고통과 상처를 경험하였나.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한 번쯤은 자신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내가 꿈꾸었던 미래는 어떻게 되었나? 어디서부터 내가 바라던 삶을 잊고, 이리저리 떠밀려 살아오게 되었나? 나는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아도 될까?

물론 환상은 금물이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기에, 자기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는 대신 유혹이나 욕망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 참조)에 나오는 작은아들이 그러했다. 그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산을 ‘먼 고장’으로 가서 탕진하고 말았다. 자기가 바라는 대로 살았던 삶의 끝은 돼지를 치며 가까스로 생계를 유지하는 비참하고 치욕스러운 삶이었다. 거기서 육체적 배고픔뿐 아니라 누구의 관심과 사랑도 받지 못하는 영적인 목마름을 겪으며 자기가 떠나온 아버지의 집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 사랑에 얼마나 못되게 대했는지 깨달았다. 큰 깨달음을 얻고 마음을 돌이켜 집으로 돌아간 그에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돌아온 자기를 두 팔 벌려 받아주신 자비로운 아버지의 품이었다. 그는 거기서 자기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한없이 자비로운 사랑이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이 아닌 ‘누군가’임을 말해준다. 때로 우리는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훌훌 떨쳐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동시에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도 한다. 나를 살리며 내가 살도록 하는 것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며, 그들과 주고받는 사랑,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사랑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의 사랑이다.

이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찾아 떠나자. 그러나 잊지 말자. 나는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이웃들, 그리고 하느님께서 그토록 바라고 사랑하시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럴 때 그 길은 ‘함께 걷는’ 축복받은 여정이 될 것이다.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한민택 신부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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