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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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높은 산 구름 속 희망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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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순 제2주일입니다. 우리는 기도와 성사 중에 높은 산을 한 걸음씩 오르며 찌든 현실을 잊고, 산정에서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모리야 산에서 아브라함이 번제물로 바치는 제사는 ‘하느님의 걸작’입니다. 스승님의 인도로 높은 산에 오른 제자들은 주님의 본 모습을 드러낸 빛의 신비 속에 천상행복을 미리 맛봅니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의 경외심을 시험하십니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모리야 산에서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창세 22,2) 그는 주님의 말씀대로 아들을 데리고 산을 오릅니다. 제단을 쌓아 장작을 얹은 뒤 묶인 아들을 죽이려 할 때, 주님의 천사가 아이에게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바로 그때 덤불에 뿔이 걸린 숫양 한 마리가 있어 끌어다 아들 대신 번제물로 바칩니다.(제1독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랑하는 외아들을 바치는 순종의 미덕을 보인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축복을 받습니다. 번제물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다는 아버지를 따라 땀을 흘리며 장작을 지고 높은 산을 오른 이사악도 순순히 따릅니다. 모리야 산의 사건이 십자가 수난의 예표라면, 그리스도께서는 친히 희생제물이 되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을 밝힙니다,(제2독서)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를 위해 외아들을 십자가에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삼으심은 사랑의 절정입니다.(요한 3,16)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로마 8,31)?” 주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시고 의롭게 해주시며, 그리스도와 함께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수난과 부활을 처음으로 예고하시고 십자가의 길을 가르치신 엿새 뒤(마태 17,1),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 예수님의 모습이 변한 그 자리에 모세와 엘리야가 함께 나타나 주님과 대화를 나누십니다. 우리를 성덕으로 부르시는 주님의 대표적인 현존 사건입니다. 모세와 엘레야의 주님 현존 이야기와 공통된 요소들은 높은 산, 증인, 표징과 체험의 공유입니다.

높은 산은 무대입니다.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탈출 19장)는 짙은 구름이 덮은 시나이산에서 십계명을 받습니다. 예언자를 대표하는 엘리야(1열왕 19장)는 호렙산에서 주님의 부드러운 음성을 듣습니다.

높은 산은 일상생활에서 물러나 기도하고, 주님 사랑을 체험하며, 영적 깨달음을 얻는 좋은 피정 장소입니다.

사도들은 장엄한 사건의 증인들입니다. 높은 산 정상으로 인도되어 가까이서 주님의 거룩한 변모와 함께 나타난 엘리야와 모세와의 대화 장면을 두려움 속에 체험합니다. 그들은 분주한 일상의 삶을 떠나 주님 현존에 마음을 빼앗겨 오래 머물고 싶어 합니다.

주님 현존의 표징은 거룩한 변모입니다. 산 정상에서 예수님의 모습이 빛나고 옷도 새하얀 광채입니다. 영광스럽게 보인 주님의 모습은 빛의 신비입니다. 얼떨결에 베드로는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르 9,5)라고 말합니다. 유다인들은 축제 때 초막을 세워 어린이들과 주님 현존의 기쁨을 나눕니다. 율법과 예언을 완성하신 주님의 증인으로 나타난 모세와 엘리야를 보는 순간 초막을 세우고 싶어 합니다.

이때 빛나는 구름이 그들을 덮더니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하는 소리가 납니다. 성경에 언급된 구름은 보통 구름이 아닙니다. 주님 현존으로 빛나는 영광의 무대입니다.(마태 17,5; 탈출 19,16; 1열왕 8,10) 제자들은 삼위일체이신 주님의 현존 속에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봅니다.

산을 오르면 하산합니다. 사도들은 주님 가까이서 높은 산 구름 속 빛의 신비를 체험하고 내려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본 것을 부활 때까지 침묵을 지키라고 분부하십니다. 예수님 변모의 모습, 성자의 말을 들으라는 성부의 목소리, 성령의 현존인 구름의 형상은 주님 예고대로 십자가의 고난을 겪고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천상행복의 표징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거룩한 삶으로 초대된 증인들입니다. 지금은 침묵 속에 회개와 기도와 희생으로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 시기입니다. 회개는 인간의 추하고 헛된 마음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전향시킵니다. 기도는 주님 말씀을 듣고 사랑받는 존재의 삶으로 초대입니다. 자기희생으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삶이 진실한 사랑입니다.

인간을 거룩하게 하시는 그리스도는 생명의 빛이십니다. 일상의 삶에서 주님 사랑과 생명의 은총을 충만히 받는 가장 좋은 길은 기도와 성사 생활입니다. 감사 제사인 미사에서 생명의 양식인 성체를 모신 우리는 그리스도와 한마음입니다.

부활의 영광 속에 주님을 마주 뵙는 영원한 생명은 삶의 궁극 목적입니다. 진리와 사랑의 근원이신 주님을 믿고 바라며, ‘사심 없는 사랑’의 실천이 우리의 소명이기에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습니다. 지혜의 등불인 말씀을 되새기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천주교인으로 살아가는 기쁨에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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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2-2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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