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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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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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일은 농민 주일입니다. 청소년 시절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깃발을 들고 흥겹게 불렀던 농부가를 불러봅니다. “하느님 주신 우리나라 편편옥토(片片沃土)가 이 아닌가….” 우리의 삶에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논밭과 농민은 소중합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 살리기로 창조 질서의 회복과 보전을 위해 기도합니다.

바빌론 제국의 침략으로 예루살렘이 파괴되고 백성들이 유배당하던 고난의 시대에 예레미아 예언자는 산증인입니다. 그의 메시지는 주님께서 흩어진 양들을 모아들여 살던 땅으로 데려와 돌볼 참된 목자를 세워주시리라는 희망을 전합니다.(제1독서) 잃어버리는 양 하나 없이 ‘새 계약’으로 구원해 주신 ‘주님은 우리의 정의’(예레 23,6)이십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시편 23,1, 화답송) 유목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인들은 양 떼를 바른길로 이끄시는 주님의 목자 표상과 양들의 신뢰를 노래합니다. 주님은 자애롭고 너그러우시며 은총만이 따르는 목자이심을 고백합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푸른 풀밭에서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이끄시어 영혼의 생기를 돋우어주십니다.

바른길로 이끌어주시는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양들은 그분의 막대와 지팡이만 보아도 위안이 됩니다. 삶의 여정이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성사를 통해 ‘생명의 빵’과 ‘참된 음료’로 상을 차려주시고, 머리에 향유를 발라 주시는 주님의 자애와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은 전적인 신뢰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에페 2,14)이심을 전합니다.(제2독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모든 사람을 하느님과 화해시키고, 원수의 적개심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살라버리신 성자께서는 ‘평화의 왕’(이사 9,5)이십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성령의 친교로 하느님 아버지의 본성인 사랑의 일치를 이루게 해주십니다.

복음을 전하고 병자를 치유하라고 파견시킨 열두 제자가 사명을 완수하고 돌아와 예수님께 보고합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하시고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가시는 예수님께서 그들을 초대하십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외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인적이 드문 곳이나 황량한 광야입니다. 세기 초 이스라엘인의 대부분은 주민이 적은 작은 마을에서 살아갑니다. 나자렛 인구가 백 명 내외에 불과할 정도이고 가족의 소풍도 없던 시절이지요.

초대교회 때부터 하느님의 백성이 평일에는 교회 밖에서 각자 일상의 삶을 살더라도 주일에는 사방에서 모여와 빵을 떼어 나누고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성찬례에 참석한 이들 사이에서는 화해와 친교가 이루어집니다.

물질문명의 시대에 재물 사랑과 욕망의 노예가 되어 ‘시간은 돈’이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쉼 없이 무질서한 삶을 살다 보면 인생 여정의 궁극적 가치를 잊어버립니다. 주님께서는 소모적인 삶을 멈추고, 목자와 함께하기를 제안하십니다. ‘너희는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메마른 삶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이 주님 안에서 활력을 되찾게 이끄십니다.

많은 사람이 예수님과 제자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외딴곳에 먼저 도착합니다. 배에서 내리신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들과 같은 군중에 연민을 보이십니다. 참된 목자 없이 살아온 그들이 충족하지 못한 기본 욕구가 있음을 아십니다. 그들의 영적 기아를 충족시키시려고 주님께서는 가르치기 시작하십니다.

복음에는 외딴곳이나 광야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많이 나옵니다. 세기 초부터 많은 수도승이 예수님의 기도 방식을 따라 외딴곳이나 광야로 떠나 삽니다. 고요와 침묵 속에 하느님의 현존과 함께하는 수도원의 기도 전통이 불모지에서 시작됩니다.

마음이 혼란한 정도로 번잡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소모적 일상을 잠시 떠나 새 생기를 돋우는 쉼이 필요합니다. 피정의 집이나 골방에서 침묵의 대화로 내면에 계시는 성령님과 함께합니다. 자신 삶을 돌아보고 하느님의 현존 속에 침묵하는 가운데 주님의 사랑에 감사하고 주님과의 관계를 깊게 합니다.

그리스도인 삶의 중심은 미사성제이기에 그리스도인은 ‘감사 제사’가 있는 주일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삶의 리듬을 되찾는 주일은 새 희망의 날입니다. 한 식탁에서 나누는 말씀과 성찬이 ‘일용할 양식’이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친교가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우리는 주님 말씀과 생명의 빵을 나누는 사랑의 일치 속에 활력을 얻어 ‘도시의 광야’에서 천주교인답게 살아갑니다. 정결한 마음으로 성체를 모신 우리의 기도는 ‘사랑의 봉사’입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있는 성전에서 깨달은 대로 충실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삶으로 주님의 뜻을 이루는 일꾼이 되게 하소서. 아멘.



김창선(요한 세례자) 가톨릭영성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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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1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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