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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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묵상] 살아있는 모든 것 위해, 은혜로 채워주시는 생명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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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빵장수 예수님

“차가 끓자 차 주전자에서 쉬쉬 소리가 났다. 야곱은 물을 끓이면서 부름을 받을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부름이 오고 그 소리를 들을 때에는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인내, 차분함, 주의, 활동…. 작은 부엌에서 아침 차를 마시면서 야곱은 그런 생각을 했다.”(노아벤샤의 「빵장수 야곱」에서)

오래전 읽은 책이지만 아직도 삶에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는 책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 말씀의 빵만이 아니라 일상의 빵도 함께 나누라는 부름!


■ 기적이 아니라 ‘표징’

예수님이 5000명을 먹인 이야기는 예수님이 메시아로서 지닌 힘을 드러내는 절정에 해당하고 독자에게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아보고 그분에 대한 믿음을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빵의 ‘기적’이 아니라 ‘표징’(세메이온)입니다. ‘표징’은 보는 눈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영원한 실체를 상징합니다. 요한이 사용한 ‘표징’이라는 말의 배경은 구약성경입니다.

표징(히브리어 ‘오트’)은 이집트 탈출을 이끈 모세나 후대 구약 예언자들이 하느님이 보낸 진정한 사자임을 입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제1독서에서 엘리사 예언자가 스무 개의 빵으로 100명을 먹인 일도 그런 사례에 속합니다.

요한복음서에서 여러 표징의 목적도 하느님이 파견한 분으로서 예수님의 메시아 신분과 권위, 사명을 여러 측면에서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며 ‘예수님은 누구인가?’를 보여줍니다.

복음 본문은 예수님이 죽은 뒤 5~60년 뒤에 살았던 요한이 청중에게 부활한 그리스도가 교회 안에 항상 살아있으며 성체성사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 음식 걱정하는 예수님

음식은 인간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인자를 대표합니다. 상징적 차원을 받아들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음식에 영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따라온 군중을 보고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은 ‘빵’, 곧 음식이라는 점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그 모습은 예수님에게 합당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었지만 어떤 특권도 누리지 않고 목수로 노동을 하면서 일상의 양식을 얻는 일을 걱정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혼자 산에서 기도하며 하느님과 친교를 나누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그분이 직접 빵을 만들어 사람들과 나누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도 영성 생활의 비결입니다. 5000명을 먹이는 일은 평소에 사람들을 먹이는 일에 관심을 가진 예수님 체험을 토대로 했을 것입니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거나 해보지 않은 일을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유대인의 중요한 축제인 ‘파스카’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파스카는 단순히 연대 표시가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 예수님이 생명을 낳는 참된 빵인 그분 몸을 내어주는 탁월한 순간입니다.

예수님은 필립보에게 ‘어디에서’ 빵을 살 수 있는지 묻습니다. 필립보가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필립보가 모르는 빵에 대해 좀 생각해보라는 초대이기도 합니다.

‘어디에서’라는 말은 기원, 본성을 가리킵니다. 요한은 그의 복음서에서 ‘어디에서’라는 말을 예수님의 정체성과 관련해 자주 사용합니다. 사마리아 여인은 어디에서 생수를 마련해야할지, 니코데모는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카나 혼인 잔치의 과방장은 좋은 포도주가 어디에서 났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이 주려는 것은 필립보가 아는 빵과 달리 돈으로 지불하거나 사지 않아도 되는 빵입니다.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이사 55,1)

예수님은 배고픈 군중에게 일시적이 아니라 영원히 배고픔을 채워주고 정말 살게 하는 힘이 있는 생명의 빵을 주시는 분입니다. “눈이란 눈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은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나이다. 당신은 손을 펼치시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은혜로 채워 주시나이다.”(화답송 시편)

이 빵의 ‘표징’은 예수님이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메시아임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라고 이르시는데 ‘자리 잡다’라는 그리스어 동사는 풀밭 아무데나 옹기종기 앉는 것이 아니라 ‘기대어 눕다’라는 뜻으로 예수님 시대에 유대인들이 잔치에서 음식을 먹을 때 갖는 자세를 의미합니다.

요한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은 대부분 모세 이야기, 이집트 탈출, 그리고 시나이산 여정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탈출 14-15; 20; 24,4-11) 시나이 계약은 잔치 식사로 이어집니다.

모세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같이 먹고 마심으로써 하느님과 그들이 가족 관계임을 드러냅니다. 예언자들은 신랑인 하느님과 신부인 이스라엘의 영적 혼인으로 이 사건을 해석했습니다. 요한은 복음의 잔치 장면을 통해 예수님이 모든 예언 말씀을 실현하는 메시아이자 신부인 교회와 일치하는 신랑임을 보여줍니다.


■ 믿음이란?

예수님 잔치의 기반은 한 ‘아이’가 가진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입니다. ‘아이’(파이다리온)라는 말은 ‘종’으로도 옮길 수 있는데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시면서’ 그분 몸을 우리에게 내어준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입니다.

나아가 이 ‘아이’는 제자들이 따라야 할 믿음의 모델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 ‘아무 것도 아닌’ 것, 그렇지만 아이에게는 전부인 것이 하느님을 위해 더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됩니다.

예수님의 몸은 우리가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게 하는 힘과 일치의 원천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에페 4,4)

믿음은 예수님이 거저 주는 ‘생명의 빵’으로 양육되고 성장합니다. 믿음은 오늘 복음의 ‘아이’처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때보다 사실은 그것들이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내어놓을 때 진정한 부자가 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체험하는 여정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빵 장수’이며 우리도 그렇게 살라고 부름 받았습니다. 아멘!




임숙희(레지나) 엔아르케성경삶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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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7-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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