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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멘토가 필요한 결혼이주여성들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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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에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올림픽에 이어 한국을 또 한 번 전 세계에 알린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결혼이주여성은 사회교리에서 말하는 결혼의 세 가지 조건인 사랑과 동의, 계약 중 1~2가지 요소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빈번해 결혼생활에 수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세 가지를 다 갖추고 결혼한 부부도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결혼이주여성은 오죽할까. 결혼이주여성들을 상담하다 보면 `이를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막하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어느 날 한 필리핀 여성이 남편과는 도저히 말이 안 통한다며 집을 나와 상담소를 찾아왔다. 나는 이혼 후 더 힘들어질 그의 처지를 알기에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신부님! 하인으로 살아갈 바에는 차라리 집(필리핀)으로 돌아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하는 말을 던지고 떠났다. 안타까웠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부간에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행복한 결혼도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필리핀 여성은 결혼 일주일 만에 집을 뛰쳐나왔다. 이유를 물으니 남편에게서 아무런 희망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와 상담을 하면서 왜 결혼을 했으며, 결혼 당시 남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물었다.
 그는 장녀였고 집안은 찢어지게 가난해 그가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들이 살아가기 힘든 딱한 처지였다. 그는 처음에 남편에게 호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남편의 수많은 요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행복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펑펑 울었고 잘 살아보겠다고 했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이주민센터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힘들 때 언제든지 놀러오라"는 위로뿐이었다.
 결혼의 세 가지 요소를 다 갖추고 결혼한 이주여성도 문화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성격이 매우 활발해 정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필리핀 여성이 있었다. 그가 남편 생일날 특별히 신경 써서 필리핀 잡채를 요리해 줬는데 맛을 본 남편이 화를 냈다고 했다. 웃기지만 웃을 일이 아니다. 이처럼 `다름`은 간격을 만들고, 서로의 관계를 멀게 한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따뜻한 친정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과 결혼생활에 조언을 해줄 멘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는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각 본당에서 결혼이주자들을 돌보는 분과와 단체를 만든다면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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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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