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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행복을 위해 서로 양보하라

최병조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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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님!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는데 어떻게 하죠?"
 한 결혼이주여성이 어느 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딱히 해줄 말이 없었지만 뭐라고 답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한국 남자들은 사업상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속이 상해서 술을 마시기도 하니까 지나치게 잔소리하지 말고 잘 대해주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전화가 왔다. 잘해줘도 술을 계속 마신다고 하소연이다. 나는 현명한 아내는 남편에게 의존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달래줬다.
 때때로 결혼이주여성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이주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은 친정어머니뿐 아니라 친정아버지 역할을 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혼은 새로운 삶이자 도전이다. 결혼생활에 대해 미리 알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부부가 서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어느 결혼이주여성은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없는 마마보이 남편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다 못해 집을 나왔다. 아이를 셋이나 낳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살림도 육아도 모두 시어머니 결정에 따라야 했다. 참다못한 그는 시어머니에게 분가를 선언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집을 나와 직장을 찾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며느리에게 많은 것을 믿고 맡기는 시어머니의 배려, 그리고 `다른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고부간 문화는 변화가 필요하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고 며느리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그리고 아들이 결혼을 한 순간부터 `내 아들`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차지하려고 하면 그 자체가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친정엄마로 생각하고 자신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누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는 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면 지옥과 다름없다.
 서로가 지옥의 삶을 살 바에는 차라리 분가하는 것이 낫다. 실제로 나는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결혼이주여성을 상담하면서 분가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적이 있고, 분가 후 잘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많이 봤다. 천당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사는 이곳에 있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내 것을 포기하는 행복한 다문화사회를 꿈꿔본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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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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