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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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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알록달록 가을이 사알짝 다가와 노크를 한다. 정원의 느티나무도 옷을 갈아입고 뽐내며 아이들이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멋진 가을에도 아이들을 껴안고 옆을 돌아볼 여유 없이 잡힐 듯 말 듯한 무지개 앞으로만 달려가는 엄마들을 위해 우리는 토요일 오후 온 가족을 초대해 바비큐파티와 작은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

 교사들은 높은 음자리표와 음표를 오려 정원 나뭇가지에 매달아 무대를 꾸며 놓고는 환호성을 지르며 미리 한껏 뽐내며 분위기를 냈다. 허수아비와 감나무 벤치, 향기 그윽한 국화꽃이 아이들과 부모님 마음을 홀리게 할 것을 생각하니 준비하는 발걸음이 춤추는 듯 했다.

 약속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들러리를 받으며 등장하는데 폼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떤 친구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불판을 들고 놀이터를 향해 신나게 뛰어들었다. 찰칵찰칵 터지는 셔터 소리와 가족의 웃음소리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의 예쁜 사진을 찍어주려고 아이들 앞에서 몸을 불사르며 연신 노래를 불러줬다.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무대와 마이크 소리가 신기한지 "아아~ 엄마~ 우우~ 사~랑~해~"를 계속하며 익숙한 춤으로 기쁨을 선물해줬다.

 지치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기약 없는 길을 걸어온 부모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삶의 무게를 지글지글 바비큐 익어가는 소리와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에 실어 보냈다. 그래설까 축제 분위기는 삼겹살만큼이나 구수했다.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행복을 건네었다. 싸주시는 쌈을 모두 받아먹으니 감춰진 배가 넉넉했다. 다행히 수도복이 헐렁하기 망정이지…. `모두가 사랑이고 이게 사는 맛이구나` 싶어 행복이 밀려왔고 춥지 않은 날씨를 허락하신 주님 때문에 마음이 든든했다.

 다섯명이 총출동한 연희네 가족은 장난감 악기로 신나는 노래를 연주했다. 시립합창단 소속인 수민이 엄마와 회원들이 멋진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가을 밤 하늘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황홀 그 자체였다. 노래를 부르는 수민 엄마는 아름다웠다. 수민이 상태를 처음 세상에 알려야했던 수민 엄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런 분위기가 처음인 우리 아이들도, 걱정 없는 가정만이 누리는 문화생활이라 치부하며 잊고 살아온 가족들 마음에 숨겨져 있던 감동의 환호성이 터져 나와 밤하늘을 수놓았다. 몸도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익살스럽게 분장한 교사들 공연을 끝으로 우리는 또 한번 하나가 됐다.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에게 "오늘 즐거웠나요?"하고 물으니 "행복했어요"하고 답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는 교사의 말에 나도 울 뻔했다. 말이 부족해 언어로는 축제의 감동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우리 아이들이지만 마음 가득히 행복과 낭만을 즐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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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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