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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7) 왜 제사를 허락하는 거죠?

“잘 알지 못해도, 기도를 하면 감사함에 눈물이 나요”/ 부모·선조 생시처럼 공경하는 효도의 증표로 모시는 제사/ 하느님 나라에서의 안식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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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교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성당에 다니면서 부모·선조를위한 제사를 지낼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고 말한다.
 

환갑 이후 내 삶을 가장 기쁘게 하는 것은 언제 어느 때나 ‘아버지 집’에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오는 내내 하느님을 막연히 그리워했고, 개신교회를 가본 경험도 있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 성당을 다닐 수 있는지, 왜 성당에 가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또 너무나 보수적이고 철저하게 유교를 따르는 시댁 분위기에 짓눌려 먼저 성당을 찾아가 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었다.

성당에 대해 들어본 것은 올케가 세례를 받으면서부터였다.

올케는 친구 소개로 우연히 성당에 갔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오빠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때 장례식장에서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 5분 간격으로 기도를 해줬다. 무슨 기도인지 무슨 노래인지 잘 몰랐지만 너무나 성스러웠고 감동이었다. TV에서만 보던 신부님을 만난 것도 장례식장이었다. 그때 신부님께서 뿌리시던 것(성수)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친구가 노인대학을 가자고 권유했다. 성당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보니 우리는 노인대학을 다니기에는 아직 나이가 이른 편이어서 나중에 다시 가기로 했다. 난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성당에나 들어가 보기로 했다. 미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기도도 할 줄 몰랐지만 종종 성당을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본당 사무실을 통해 예비신자교리반에 참가해 세례를 받으면 된다는 설명도 들었다. 교회에 대해선 어린 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선교분과장님께서 이것저것 잘 가르쳐주시고 안내해 주셔서 성당에 가는 일이 매우 수월해졌다.

교리를 들으면서 특히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은 기도였다. 정말 하느님의 이끄심이고 은총이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하느님 아버지’ 소리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성모상 앞에서도 기도할 줄을 몰라 그 앞에 쓰인 기도문을 읽기만 했다. 십자가의 길이 뭔지도 몰랐지만, 성당 주변에 너무나 아름답게 가꿔져 있어서 무작정 따라 걸으면서 1처, 2처 등에 쓰인 기도문만 달달 읽고 외웠다. 기도를 반복하면서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알게 됐다.

‘저 같은 게 뭐라고….’

기도를 할 때면 이 말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예수님이 너무 안쓰럽고 감사해서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나곤 했다.

성당에 다니면서 부모님을 위한 제사를 지낼 수 있는 것도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처음에 난 성당에 가서 도리어 질문을 했다.

“가톨릭은 왜 제사를 지내도록 허락하는 거죠?”

제사는 효의 한 행위라고 했다. 효의 정신은 생명을 준 부모와 선조에게 감사의 보답을 드리는 데 있다. ‘제사는 생명의 근본에 보답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돌아가신 부모와 선조를 생시와 같이 공경하여 예를 다하는 효도의 증표’라고. 그리고 제사를 지낼 때는 부모와 조상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해달라고 기도도 하는 자리라는 설명에 나는 또 마음이 뭉클했다.

이젠 뿌리 깊은 유교집안인 시댁에 가서 제사 음식을 만들 때에도 “주님, 부모님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니 개의치 마세요”라고 혼자 기도하고, 부모님 묘소에 가서도 “주님, 당신을 모르고 떠난 불쌍한 제 아버지 어머니를 돌보아주세요”라고 기도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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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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