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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11) 고해소 신부님 귀는 당나귀 귀?

“신부님께서 어떻게 우리 죄를 용서할 수 있지?”/ ‘고해소’는 더욱 궁금증 일어, 죄에서 해방되는 성사이지만, 신부님 마주하려니 벌써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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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태어날 때부터 가지게 되는 원죄를 세례성사를 통해 씻어낼 수 있다.
 

‘원죄’. 교리시간에 이에 대한 설명을 듣는데, 솔직히 말해 처음엔 좀 화가 나려 했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죄라니. 내가 지은 죄도 아닌데, 조상이 잘못한 것을 그렇게 대대손손 꼭 물려받게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원죄의 대가는 아담과 하와가 갚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또 하느님께서는 왜 그들이 선악과를 따먹는 죄를 짓도록 내버려두신 것일까.

집에 돌아와서 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교리시간에는 대충 들어 넘겼던 ‘자유의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 내 생활 안에서도 자유의지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하고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잘못된 행실을 하던 자라도 제 잘못을 다 버리고 돌아와서 내가 정해준 규정을 지키고 바로 살기만 하면 죽지 않고 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이 계속 맴돌았다. 돌아보니 나는 이러한 하느님의 자비를 얻고 싶어 성당에 가길 원했던 것 같다.

세례를 받으면 원죄가 씻어진다는 것을 알자, 빨리 예비신자 교리반 과정이 끝나고 세례를 받았으면 하는 조급함도 든다.

세례성사를 받을 때는 원죄 뿐 아니라 본죄도 씻게 된다고 했다. 그 설명을 듣자 ‘혹시 죄지을 일이 있으면 세례성사를 받기 전에 다 짓게 되면 좋겠는걸’, ‘죄를 지어도 까짓 고해성사를 보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또한 약한 인간인지라 평소 생활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주하는 유혹들에 내심 넘어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사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들 필요 없다는 자기 위로도 곧바로 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요즘엔 성당에 들어갈 때마다 고해소로 눈길이 자주 간다.

고해소에 대해서는 성당에 다니면서 더욱 궁금증이 생겼었다. 예전에 TV에서 신부님과 신자 사이를 그림자가 비치듯이 막아둔 것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는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해를 하면 신부님께서 다 기억하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그럼 나중에 신부님 얼굴을 어떻게 볼까’하는 고민이 가장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해마다 판공성사는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데 고해할 것이 없어도 꼭 해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신부님께서는 어떻게 우리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가. 신부님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권한을 이어받은 대리자로서 우리의 죄를 용서한다고 했다.

세속 안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죄를 짓게 되면 하느님과의 친교 관계는 단절된다. 그래서 죄로써 잃어버린 은총의 지위와 하느님과의 친교 관계를 회복시킬 매개체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고해성사라고 했다. 만약 내가 이웃에게 죄를 짓고 그들과 화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한순간도 평화로운 삶을 살진 못할 것이다. 화해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은 큰 빛이 되는 듯하다.

세례성사를 받게 되면 이후 여러 가지 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사실 혼인갱신식을 하고, 아이들 첫영성체 뒷바라지도 할 생각을 하면 부담스럽긴 하다.

고해성사도 우리를 구속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죄에서 해방되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화해의 성사라고 하지만 신부님 앞에 앉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부터 떨리는 마음이다. 지금부터라도 ‘참된 회심’을 위해, 매순간 나의 죄를 인정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연습을 해야할 듯하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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