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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14) 기적은 누구를 위해 일어나는가?

“판타지같은 기적 어떻게 믿죠?” / 모세·엘리야, ‘기적 손’ 가진 듯 내용 이해 하려니 반발심 들어 “더 열린 마음으로 성경 읽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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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빵과 포도주를 접하는 예비신자들은 미사 중에 일어나는 기적의 변화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고백한다.
 

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접한 사건(?)들은 ‘기적’들인 것 같다. 특히 구약성경은 소설책을 읽듯 쉽고 흥미롭게 읽어내려 갔지만, 기적들이 이어질 때는 점점 당혹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하느님께 외람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성당에 나오기 전 한 다큐멘터리에서 하느님께서 ‘생겨라’라고 하자 번쩍번쩍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을 들었을 땐, ‘저런 판타지 같은 설명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냐, 그러니 과학자들이 종교적인 가르침에 반발을 하지’라는 생각부터 들었었다.

예비신자교리반에서 성경 찾는 법에 대해 배우고 나서 펼친 구약성경에서는 과학적 상식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기적들이 난무했다. 모세는 물론 엘리야도 예언자가 아니라 기적의 손을 가진 이 같았다. 신약을 읽으면서도 예수님께서 일으킨 기적들에 대해 자주 읽어볼 수 있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나 스스로 약간의 반발심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와 같은 교리반에 다니는 이는 기적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하느님의 초월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징표라며 밑줄까지 그으며 읽는다고 했다. 내 마음이 굳어서일까? 나는 눈앞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해도 그걸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을 자신이 있는지 반문하게 됐다.

지난 주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돌아가신 지 오래 되진 않았지만 올해 안에 시성이 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가 방한했을 때 난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TV를 통해 본 기억이 있는 나로선 기적을 일으킬 만한 분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시성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기적을 일으키신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기적이었는지 상세하게 밝혀지지 않아 더욱 궁금하기도 했다.

성당에 다니기 전, 다른 개신교와 신흥종교 등에서도 입교 권유를 간간히 받곤 했다. 권하는 이들의 말에 딱히 귀 기울인 적은 없지만, 설핏 듣고도 거슬렸던 내용은 교주들의 행동을 기적처럼 표현하는 것이었다.

대체 기적은 누가, 누구를 위해 일으키는 것일까.

교리반 봉사자가 찾아준 가톨릭대사전에는 ‘교회는 하느님의 계시가 성령에 의한 내적 도움을 통해서 뿐 아니라 기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고 했다’며 ‘기적은 모든 시대의 모든 지성에 부합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기적은 하느님께서 비범한 사건을 통해 당신의 능동적 현존을 증거하시는 종교적 징표’라고 했다. 누군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기적을 일으키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구원해주시겠다는 당신의 뜻을 보이기 위해 기적을 일으키셨다고 생각하니, 성경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다시 품게 됐다.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솔직히 기적이 일어나게 해달라고까지 빌진 않았어도, 기적과 같은 일을 바라면서 가슴 졸여본 경험은 있다. 하지만 평소엔 어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등의 생각은 너무 허황된 것 같아 생각조차 해보지도 않는다.

이젠 성당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우리 가족들의 삶 전반이 하느님 안에서 변화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최근 들어서는 성당에 오면 미소를 짓게 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기적과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교리를 좀 더 열심히 배우면, 미사 때 빵과 포도주가 변화하는 기적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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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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