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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15) 내 마음을 무디게 가지지 말자

‘하느님께서 부르셨다?’ 밀려오는 부담감/ ‘나는 다르다’는 마음의 허영/ 죄 지어도 하찮게 여긴 지난 날/ “하느님 기준에서 성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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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리를 배우면서 예비자들은 하느님의 뜻을 기준으로 성찰하고 죄를 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어떤 충격을 받으면 사람의 마음이 한 순간에 변할까. 지난 교리 시간에 들은 사도 바오로의 회심에 관한 일화는 많은 생각을 이끌어냈다.

사실 성당에 다니면서도, 나는 예비신자교리를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하느님께서 당신을 부르셨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면 공감하지 못하고 부담스럽게 느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지난 내 생활을 성찰하고 회심하는 노력은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가족들의 행복을 유지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며 살았다. 하지만 살아갈수록 내 능력으로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너무 적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그래서인지 하느님께 기대면 좀 더 편하고, 단박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더욱 컸다. 또 성당에 다니겠다고 마음먹은 것 자체가 회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를 나쁜 사람이라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30여 년 간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온갖 이기적인 행동, 나아가 악행까지 서슴지 않는 이들을 꽤 많이 만나왔다.

그들이 신앙을 갖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아는 한 가톨릭신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나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들을 접할 때마다 ‘나는 저들과 다르다’라는 마음의 허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양심의 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며, 나름 지성인으로서 사고방식을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 스스로 ‘이 죄는 별 거 아니다’, ‘이 죄는 심각하다’ 등의 자의적인 판단만 많이 해온 듯하다. 회심에 관해 배우는데, ‘내가 죄에 대해 너무 무디게 생각하며 살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저려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의 이익을 고려하다 보면, 딱히 죄라고까지 생각하지 않는 문제들도 많이 마주했다. ‘이 정도는 괜찮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죄도 많았던 것 같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러한 태도에 대해 양심 성찰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성당에 다니는 것을 미뤘었다는 반성도 든다. 아내가 성당에 다니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성당에 갈 때마다 매일같이 뭘 하라는 것이 많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품위있는 생각을 갖고 있다 치더라도, 그러한 감정들이 도덕성이나 성덕을 갖게 하거나 키워주지는 않는다는 말에는 그야말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교리를 믿고 배워 실천하는 것, 평소에 의지를 잘 다스려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시 돌아보니, 나는 이러한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그저 벌 받는 것이 두려워 회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직도 내 행동의 어디까지가 딱히 문제이고, 또 내 잘못이라고 반성해야 하는지 명확히 판단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려야 하느냐는 반발심도 든다. 회심하지 않는 타인들이 나의 이익을 빼앗아가는 듯한 기분도 떨칠 수가 없다.

하지만 죄를 버려두면 계속 다른 죄를 낳는다. 하느님의 뜻을 기준으로 내 행동을 늘 성찰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또 죄를 짓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마음이 무뎌질 지 다소 고민스럽다. 부끄럽지만, 내 손을 놓지 말아달라고 하느님께 말을 걸어본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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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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