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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16) 형식이 먼저인가, 의미가 먼저인가

민소매·샌들이 예의없는 차림인가요?/ 미사보는 왜 여성만 써야하나/ 외적 형식 머무르는 듯 해 씁쓸, 바른 몸가짐 ‘겸손 표현’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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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을 뵙는 자리, 경건한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자들은 교회의 옷차림에 대한 규율이 간혹 지나치다고 느끼기도 한다.
 

약간의 짜증이 밀려들었다. 미사 후 공지사항 때문이었다. 경건한 것도 중요하지만, 민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거나 샌들을 신고 오지 말라는 당부가 벌써 몇 주째 공지사항 때마다 지속되고 있었다.

최근 좀 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온 기억이 동시에 겹쳐졌다. 벼르고 벼르다 해외로 나간 일정이었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주일이 끼어있어 동행자의 양해를 구하고 미사에도 참례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제대에 올라가는 신부님께서 맨발에 샌들을 신고 계셨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앞좌석을 채운 수녀님들 모두가 맨발에 각양각색의 샌들과 슬리퍼를 신고 계셨다. 신자들의 옷차림도 자유로웠고, 무엇보다 미사보를 쓴 사람들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미사보는 한국에서만 쓰나? 한국신자들은 신앙심이 투철해서 미사보를 쓰고, 이곳 교회의 신앙은 식어가기 때문에 안 쓰는 건가? 한국에 돌아가면 곧바로 물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곳 성당을 천천히 둘러봤다. 동행자는 옷차림은 교회에서 일괄적으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차이 때문에 지적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아니, 더운 나라라는 이유로 옷과 신발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면, 한국의 여름에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후 신자 지인에게 물었더니,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러 가는 건데 그 어느 때보다 예의바르고 보기 좋게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미사보는 여성들이 머리를 가려 겸손하고 정숙한 자세를 갖추기 위해 쓴다고 했다.

솔직히 나는 민소매에 반바지가 예의없는 차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녀 누구에게든 말이다.

요즘 성당에 가려면 조금은 피곤할 정도다. 나보다 성당을 먼저 다닌 큰 딸아이도 미사 외에 다른 약속이 있는 주일이면, 무엇을 입을 지 옷을 고르느라 한참을 고민하곤 한다. 나도 하느님께 제사드리러 가는 자리에 아무렇게나 입고신고 갈 의도는 없지만, 여름옷 중 대부분이 짧은 형태인데 일부러 성당 갈 때 입을 옷을 따로 두긴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왜 미사보는 여성만 써야 하는 지도 의문이다. 하느님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하고 정숙해야잖는가.

엎친 데 덮친 격인가. 지난 미사 때는 봉사자가 내 다리를 살짝 건드렸다. 꼬고 있는 다리를 풀라는 표시였다. 나는 순간 좀 당황하면서, ‘다리를 꼬는 것도 문제가 되나’라는 말이 나올 뻔했다. 내 다리가 옆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도 않았고, 허리도 펴고 바른 자세로 강론을 듣고 있었는데 말이다.

집에 돌아가 예비신자교리서를 다시 펼쳐봤다. 미사 때 하는 여러 동작에 대한 해설 부분에서 다시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주의를 기울여 정성스럽게 하느님 말씀을 들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나는 서 있을 때도 자주 한쪽 발에만 의지해 삐딱하게 서곤 했는데, 서는 자세도 내가 하느님을 향해 있고 하느님과 이웃에게 봉사할 마음의 자세를 갖는 겸허함의 표현이라는 설명에 성당 안에서 취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다시 주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한국교회가 너무 외적 형식에만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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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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