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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17) 성지순례는 교회사 탐방이 아니었다

죽은 이들 처형장소를 왜 굳이 찾아가야 하지?/ 순교자와 관련된 한국 성지들/ 직접 가니 절절한 신앙 느껴져, 순례 통해 성찰·회개 기회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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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들은 성지순례를 하며 신앙선조의 굳건한 믿음과 믿는 이들의 태도 등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사진은 절두산성지를 순례하고 있는 신자들의 모습.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예수님의 가르침이나 교회 자체에 대한 궁금함보다 외적인 형식과 행동방식 등에 의문이 더 많았었다. 왜 성당 가운데 통로는 비워 두는지, 미사보는 왜 쓰는지, 미사 전례 중에는 왜 일어섰다 앉았다 하는지….

예비신자교리를 받은 지 서너 달이 넘어서면서 이제는 좀 아는 척 하고 있지만, 꽤 오랜 기간 성당과 관련한 모든 것이 궁금하고 모든 것에 서툴렀다. 게다가 온갖 것들이 다 궁금했지만, 정작 하느님 말씀에는 큰 궁금증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교리와 관련해서는 갈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신부님과 교리반 봉사자들은 어떤 질문에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지만, 좀 더 설명을 듣고 싶을 때에도 간혹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고 조언해주시는 부분이 많았다.

신학적인 설명인 듯 하고, 나 또한 머리로 이해하려니 어려움이 더해져, ‘그냥 받아들이자’고 내 마음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교회 가르침에 대해 다소 막연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품고 있는 나 자신을 보다 적극적인 믿음으로 향하게 한 기회는 ‘성지순례’였다.

예비신자교리 중에 성지순례가 포함된다는 설명을 듣고, 그저 교회 역사를 더 잘 알 수 있는 탐방 정도로 생각했었다.

성지순례라고 하면 예수 그리스도 혹은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장소라고만 인지한 탓이었다. 따라서 기적을 바라는 이들이 특별히 기도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 성지순례라고도 생각했다. 또 학창시절, 이슬람 신자들은 죽기 전에 꼭 메카와 메디나 등의 성지를 방문해야 하는 것이 철저한 의무라고 배웠지만, 다른 종교의 순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뜻이 있고 기회가 있는 이들만 선택해서 하는 것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성지순례에 대해 살펴보다 보니 한국에 있는 성지는 거의 다 순교 성지 혹은 순교자들과 관련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묘소나 처형장소 등을 왜 굳이 돌아봐야 하지? 조상들께 제사를 지내듯 공경을 표하기 위한 행위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서울 절두산성지를 다녀온 이후 내 마음은 또 다른 설렘과 하느님을 향한 목마름 등으로 채워졌다.

성지에 들어설 때만 해도 단순히 조용하고 잘 가꿔진 모습에 마음이 평안한 정도였다. 지하성당을 내려갈 때에도 엄숙한 체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순교한 신앙선조들의 당시 행동과 대답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왔다.

구원을 받아 하느님 곁에서 영생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됐다. 평생을 하느님 안에 산다는 것에 대해서 현실적인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성지순례를 통해 성당에 다니는 것은 현세에서의 기쁨만이 아니라 영원한 삶을 얻는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지순례 정보가 담긴 인터넷사이트를 돌아보다 보니, 굳이 먼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언제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성지가 많아 더욱 반가웠다. 평소 내 삶에 대한 성찰과 회개를 위해 언제든 성지순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 이상으로 나를 설레게 한다.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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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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