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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비신자입니다] (19) 세례명 결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잘 아는 성인도 없는데 … 한 달 전부터 세례명 ‘고심’/ 예비신자 교리 6개월 받아도 세례 앞서 모르는 것 투성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신앙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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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비신자들은 세례명을 정하며 앞으로의 신앙생활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을 굳히고, 세례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우리 본당에서는 성모승천대축일에 세례성사가 마련된다. 한겨울 칼바람을 뚫고 성당을 오가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예비신자교리 수업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니 감회가 새롭다. 무엇보다 몇 달 정도 교리를 배운다고 해서 내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생활을 충실히 유지할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 말이다. 게다가 되짚어보니 매주 1시간30분씩 교리시간에 참석했지만, 6개월이라는 여정의 전체 교리시간을 다 합해도 고작 하루하고 반나절도 안 된다는 것이 아쉬움을 갖게 한다.

각 본당마다 예비신자를 모집하는 기간이 다르지만, 많은 본당들이 성모승천대축일 혹은 예수성탄대축일 즈음에 맞춰 세례성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리반을 운영한다고 들었다. 세례성사 날이 발표된 후 한 달 여전부터 나는 세례명을 선택하느라 고심 중이었다.

세례명은 각자가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성인, 성경 속의 인물 이름으로 정하면 된다고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성인전을 다 읽어볼 수도 없고 아는 인물도 거의 없어 난감해하고 있으니, 봉사자가 자신의 생일과 가장 가까운 축일의 성인을 정하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다른 예비신자는 자신의 생일은 여름이니까 겨울에 축일이 있는 성인을 정하면 겹치지 않아 좋다면서 성인목록을 살펴봤다고 했다.

고백컨데 아직도 나는 새로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나 자신이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세례명을 정하면 내 남은 일생을 그 수호성인의 모범을 따라 살길 절실히 바라고 있다.

고심 끝에 나는 세례명을 ‘예수’로 정했다. 예수님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할 수도 있는지 고민하며 물었더니 다행히 가능하다고 했다.

내가 그동안 배운 교리 지식과 내 생각에서는 다른 성인의 모범도 좋지만 예수님의 공생활을 매순간 기억하며 살고 싶다는 바람이 컸던 터라 한시름을 놨다. 다행히 대부는 입교신청서를 쓸 때부터 정했던 터라 성사 준비를 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평소에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될 뻔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다른 형제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절에 올려놓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내가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는데 장애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뒤늦게야 든 것이다.

다행히 교회법에 따르면 14세 이상이 되면 부모의 세례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든 세례받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나의 아내는 종종 내가 세례를 받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세례성사나 첫영성체, 견진성사 등을 받을 수 없다고 했었는데, 내가 신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가톨릭 신앙을 가져도 된다고 합의하면 세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도 확인했다.

빠른 시간 안에 우리 아이들도 세례성사를 받고, 온 가족이 함께 성당에 다니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영적인 아버지가 생기고 형제들이 생긴다는 사실이 또 다른 기쁨을 가져다 준다. 나의 예비 대부님께서는 대자들이 많아, 일 년에 한 두 번은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한 가족처럼 지내신다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나의 대자들도 그 모임에 함께 할 시간을 그려보는 것은 너무 성급한 마음일까.


정리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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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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