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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현양 특강]<3.끝> 1785년 을사추조적발사건과 주문보 신부- 옥현진 주교(광주대교구 총대리)

양은 목자 위해, 목자는 양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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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교회 설립 초기인 1785년 3월 이벽과 이승훈, 권일신,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등이 장례원 앞에 있는 김범우의 집에 모여 기도하던 중 관헌에 의해 적발된 사건이 일어납니다. 형조에선 이 사건으로 잡혀들어간 양반 자제들을 모두 석방하고 김범우만 유배하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이게 초기 교회가 일대 타격을 받은 `을사추조적발사건`입니다.

 이때문에 가성직제도가 생겨나 신자들의 열성을 촉진시키고 신앙전파에 새로운 충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유항검이 가성직제도 하에서 그들이 집전하는 성사의 유효성에 관해 중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곧바로 중단됩니다. 이는 사제영입운동으로 이어져 10년 뒤인 1794년 12월 24일 조선교회는 드디어 사제를 영입합니다. 1752년 중국 강남 소주부 곤산현에서 태어나 북경교구 신학교 제1회 졸업생으로 사제품을 받은 주문모 신부입니다. 당시 북경의 구베아 주교는 조선에 성직자를 파견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신앙심이 깊은 데다가 조선 사람과 닮았기에 주 신부를 조선에 보낼 선교사로 임명하고 성무집행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1795년 봄 서울에 도착한 주 신부는 최인길의 집에 머무르며 성사를 집전했는데 저마다 자기 원의를 채우려고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당시 진사 한영익의 밀고로 주 신부가 체포될 위기에 처했으나 최인길이 혼자 남아 신부 행세를 하며 대신 잡혀갑니다. 물론 곧 발각되지만 그는 혹독한 문초와 심문을 겪으면서도 침묵을 지켰습니다. 신자들이 신부를 보호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놓은 것입니다.

 그로부터 6년간 주 신부는 박해를 피해 도망을 다닙니다. 1801년 다시 박해가 시작되자 많은 신자들이 사제 대신에 자신이 죽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죽어갑니다. 이에 포졸들의 주된 추적 대상이 된 주 신부는 피의 박해를 피해 황해도 황주군까지 피신을 갑니다. 그러나 곧 마음을 고쳐먹은 주 신부는 신자들에게 돌아와 박해자들 앞에 스스로를 나타냅니다. 그때가 1801년 4월 28일입니다. 주 신부는 신자들의 행방을 대라는 혹독한 문초에도 꿋꿋하게 견디며 한 달 뒤인 5월 31일 새남터 형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평신도들은 사제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사제는 평신도들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사제를 비난하는 평신도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사제가 본당에서 떠날 날만 기다리는 이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진정으로 사제를 위한다면 사제들이 올바르게 살도록 기도해주시고, 여러분 자신도 올바르게 사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자녀도 그 본을 받아 사제로 살게 될 것입니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샤스탕 신부님도 제2대 조선대목구장이신 앵베르 주교의 명에 따라 스스로 자수한 뒤 기쁘게 순교의 월계관을 썼습니다. 순교의 길을 떠나는 아들 신부의 마지막 편지를 읽고 있을 부모 마음이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들이 사제품을 받은 지 1년 만에 목이 잘려 순교했다는 편지를 받아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저는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 잘하고 경쟁에서 이길 것을 주문하지만, 샤스탕 신부의 부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제로서 희생과 나눔, 실천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했고, 샤스탕 신부는 하느님을 위해 기꺼이, 기쁘게 순교의 길을 걸었습니다.

 10년 전 어느 합격수기에서 읽은 한 장애아 서울대 합격생의 고백이 떠오릅니다. 홀로 된 뒤 장애아 아들 둘을 길러낸 어머니에 대한 합격생 아들의 눈물 젖은 수기는 부모가 자신의 본분,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만 아이들도 올바르게 자라고 가정도 건강해진다는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생선장사를 하면서도 어머니는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우리는 보통 시련이나 어려움이 오면 피하거나 도망하거나 포기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애지중지하다가도 말썽을 피우면 애정을 끊어버리는 부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끝까지 사랑하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떤 것을 선택할 때 항상 그 다음 일을 생각하고 선택하십시오. 그 다음 일은 바로 하느님 말씀을 따르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생기면 먼저 하느님께 지혜를 구하고 끝까지 사랑의 끈을 놓지 마십시오. 자신의 악습을 뿌리째 뽑는 회개 없이는 가정이나 자녀는 결코 변화되지 않습니다. 자녀를 생각하며 늘 기도하고, 기도해도 안 될 땐 희생하십시오.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십시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악습을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와 기도하십시오. 예수님 안에서 서로 사랑하십시오. 그리고 사제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그러면 사제들은 그 기도를 받아 양들을 위해 봉사하고 목숨을 바치는 목자가 될 것입니다. 다 함께 굳게 신앙의 길을 걸어가십시오.

정리=오세택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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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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