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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 <2>교부들의 순교영성

두 교부의 순교, 주님 수난에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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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아빠스(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교부란 `교회의 아버지`(敎父, Pater ecclesiae)란 뜻으로 넓게는 교회의 지도급 인물, 즉 주교를 말한다. 초세기에 이 명칭이 주교들에게 주로 사용된 것은 주교가 지역교회 예비신자에게 세례를 주고 신자를 가르치는 최고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4세기 후반부터 여러 이단 논쟁이 있었을 때, 교회 정통교리를 증언하는 주교는 물론 주교가 아닌 사제, 학자를 포함해 교부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교회는 △고대성 △정통교리 △거룩한 생활 △교회 승인이라는 4가지 기준을 충족한 이를 교부라 불렀다.

 고대성은 교부시대를 기준으로 하는데 12사도 이후를 시작으로 본다. 그러나 언제까지 교부시대로 보는지는 지역교회마다 차이가 있다. 동방교회에선 요한 다마쉐누스(750년)를 마지막 교부로 보고, 서방교회에선 그레고리오 1세 대교황(604년) 또는 세비야의 이시도로(636년)를 마지막 교부로 본다. 정통교리 기준은 당시 정통교회와 교리적 일치를 충실히 유지했느냐에 달려 있고 거룩한 생활은 자신의 가르침과 실제 생활 사이의 조화를 이루며 교회생활에 충실했느냐를 판단한다. 교회 승인은 여러 형태가 있는데, 공의회나 교황이 교부로 선포하거나 교회 공적 순교록에 수록된 경우다.

 교회 지도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대표적 표현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라` 또는 `우리가 전해 들은 바에 따라`였다. 교부들의 권위는 어디까지나 사도들에게 전해 받은 신앙의 올바른 가르침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럼 순교 영성을 대표하는 두 교부의 삶을 살펴보겠다.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우스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가 세운 안티오키아 교회의 2대(혹은 3대) 주교로서 110년 로마 콜로세움에서 맹수형으로 순교했다. 그는 시리아의 안티오키아에서 선고를 받고 로마로 압송되던 중에 7개의 서간을 썼다.

 이냐시우스가 지녔던 순교에 대한 열망은 여러 서간에 나타나 있다. 그는 순교를 그리스도께 대한 불타는 사랑, 그분과의 완전한 일치로 표현했다. 또한 맹수들이 자기 몸을 깡그리 먹어치워 장사지낼 수고까지 없애 주었으면 하는 그의 바람은 당신의 몸과 피를 인류 구원을 위해 내어 놓으시며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신 그리스도 사랑을 본받음으로써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가 되려는 열망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맹수형을 앞두고도 담담했던 것은 평소 미사를 봉헌하면서 성체에 담긴 그리스도 사랑의 신비를 너무나 잘 깨닫고 묵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순교가 그리스도의 극진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응답이라고 여겼다.

 폴리카르푸스는 스미르나의 주교로서 사도들의 제자였을 뿐만 아니라 교회 일에 매우 열정적인 교부였다. 그는 순교에서 보여준 영웅적 증거로, 초대교회 때부터 큰 존경을 받았다. 폴리카르푸스는 사도 요한에게 직접 배우고 그에게 주교 임명까지 받았다.

 그는 사도적 권위를 지녔기에 사도교부(使徒敎父)로 불리는데 사도교부란 12사도 또는 그 목격자에게 직접 복음을 전해 들은 이를 말한다. 이에 사도교부들 가르침과 주장은 사도 다음으로 중요한 의미와 권위를 지닌다.

 14장으로 구성된 「필리피 서간」은 유일하게 남아 있는 폴리카르푸스 작품이다. 이것은 폴리카르푸스가 필리피교회 신자들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신자들에게 정통교리와 교회 가르침을 성실히 따르고 애덕을 실천하기를 권고하는 내용이다. 신학적 가르침을 제시하기보다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기를 권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약성경 사목서간 내용과 비슷하다.

 폴리카르푸스가 순교한 지 1년 후에 기록된 것으로 보이는 「폴리카르푸스 순교록」은 당시의 박해 상황과 순교자들 용기, 특히 폴리카르푸스 주교의 영웅적인 모습을 알리는 서간 형식으로 돼 있다. 이 순교록은 최초의 순교록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깊다.

 자신의 순교를 예언한 폴리카르푸스는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음에도 자신을 체포하러 온 군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그 동안 조용히 기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화형을 선고받았는데 불꽃이 그를 피해 아치형으로 타오르며 좋은 향기를 내뿜었다. 사형집행인은 그를 화형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결국 칼을 들어 그를 난도질했다.

 순교록은 순교자 수난과 주님 수난을 연결시켜 묘사함으로써 순교가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이며, 주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듯 순교자도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다는 영성을 가르친다. 다시 말해 신자들이 성인 유해(遺骸)가 모셔진 곳에 모여 기도하는 것은 앞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를 기리며, 어느날 자기 자신에게도 순교 상황이 닥치더라도 선배 순교자들 용기를 본받고 순교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하기 위해서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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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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