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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7>교육의 영성적 목표

자녀를 부모의 꼭두각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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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철 신부(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원장)

   대부분 부모에게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으면 대학을 잘 보내는 것, 대학을 보내기 위한 교육이라 말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곳이 교육을 잘하는 곳이라 여겨지고 있다.

 교육은 영어로 에듀케이션(education)이다. e와 duco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인데 e는 `밖으로`라는 뜻이고 duco는 `이끌다`라는 뜻이다. 즉 교육은 각자의 가능성, 하느님이 주신 소명을 꽃필 수 있도록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성소를 준 자녀에게 부모들이 법대 가라, 의대 가라 하면서 그래야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탤런트를 끌어내는 것이 교육인데, 우리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흔히 교육을 하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서울대에 가려면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한다. 오늘날 교육은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입신출세에 맞춰져 있다. 그래야 경제적 부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왜곡돼 있기에 교육은 전인교육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전인교육 차원에서 교육은 무엇인지 원론적으로 생각해 보자.

 교육은 자아실현이다. 다른 사람은 못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자아실현이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를 불태울 때 세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자아실현은 다시 말하면 자기를 찾는 것이다. 자기를 발견하려면 내가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지, 좋아하는 일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자기를 발견해서 자기 능력에 맞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해서 꽃피우면 된다.

 교육은 전문인을 만드는 것이다. 변호사, 검사 다 전문인이다. 그렇지만 목수, 청소부도 전문인이다. 전문인이라는 말은 교육을 통해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게 된 사람을 가리킨다.

 교육의 세 번째 목표는 건강이다. 학생이 공부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상담을 계속 받는 것은 잘된 교육이 아니다. 유학생 중에 정신질환이 있는 친구가 많은데 외롭고 힘든 데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려면 무엇보다 운동을 해야 한다. 교육과 연결시켜 보면 운동은 학습에 도움이 된다. 건강은 전인교육에 없어서는 안 될 목표다.

 교육은 또한 인격적 완성과 봉사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전인교육은 자아실현을 하는 전문가로서 건강하며 인격적이고 봉사를 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를 교육으로 꼽는데,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해방 이후 이만큼의 경제 발전을 이룬 것은 인간에게 투자해서 얻은 결과다. 한국 사람들의 학업 열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문제는 부모의 교육열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동료 교수들 말을 들어보면 대입 때만 부모가 쫓아다니는 게 아니다. 수강신청도 부모가 문의하고 전공 결정도 부모가 해준다. 심지어 한 엄마는 교수 자격심사 때 왜 우리 딸을 임용 안 시키느냐고 총장에게 항의전화를 했다고도 한다. 전인교육을 실현하는 힘은 엄마의 잔소리가 아니다. 그 바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율성이다.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헤쳐나갈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사회는 점점 부모가 딴생각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운동하지 말고 공부만 하라고 하니 자녀들은 그저 자기만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주장만 하고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우리 부모들은 자녀가 실패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못 보기에 자꾸 도와주고 간섭한다. 아이에게 의견을 묻지 않으니 자녀는 교수가 돼서도 사법고시를 통과해서도 부모에게 의지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자율성을 키우려면 아이에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하다못해 양말 색깔이라도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들은 아이의 생각이 아니라 엄마의 생각대로 모든 걸 한다. 생각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해야 훌륭한 인간, 자율성을 가진 인간이 된다.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단 한 번도 묻지 않고 부모가 알아서 다 해주는 것은 범죄에 가까운 비교육적 행동이다.

 아이에게 선택할 수 있는 여백을 주면서 대화해야 한다. 아이는 자기가 한 번 선택했는데 그 선택을 부모가 존중해주면 다음부터는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선택의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그러면서 자기 개성이 드러나고 자기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부모가 다 해주는데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전인교육의 가장 큰 개념은 자율성이다. 떨어지는 연습, 넘어지는 연습, 시련은 자율성을 성장시키는 좋은 도구다. 선택을 많이 하게 해주면 개성이 드러나고, 그러면서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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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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