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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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앙의 보물]<2>성경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하)- 홍승모 몬시뇰(인천가톨릭대 신학대학장)

말씀 잘 뿌리내리도록 마음의 토양 가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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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서 씨앗은 `생명의 말씀`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림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씨 뿌리는 사람`(1850년).
 

지난 호에서는 성경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을 살펴봤다. 이제 이 관점을 잘 적용해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태 13장)를 살펴보자. 복음에서 비유적 상징으로 묘사된 씨앗은 마음의 토양에 뿌려진 예수 그리스도 생명의 말씀을 뜻한다. 씨앗은 처음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서서히 성장하면서 풍요로운 결실을 얻으리라는 희망이다. 이 말씀을 들은 그리스도인들은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신앙

 첫째는 길에 떨어져 새들이 먹어버린 씨와 같은 사람이다.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을 듣기는 했지만 깨닫지 못해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아 간 경우다. 말씀을 자신의 방법대로 수용한 사람도 포함한다. 하느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주관적으로 해석한 경우다. 이는 맹목적 가치관과 편견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 즉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가진 이들을 상징하는 것이다. 말씀을 자기 방법으로 이해하기에 주님과 이웃과 세상을 향해 부정적 시각에 노출돼 있어 주님의 현존을 식별하지 못한다.

 이 사례를 요나서에서 볼 수 있다. 요나는 니네베가 멸망한다는 심판의 말씀을 선언하라는 계시를 받고 기뻐했다. 니네베가 북이스라엘을 멸망시킨 아시리아의 수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니네베 사람들이 회개하자 심판을 철회하셨다. 요나는 매우 언짢아서 화가 나 주님께 기도했다. "아, 주님! 제가 고향에 있을 때에 이미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요나의 이런 행동은 하느님 말씀을 전하기보다 자기의 말을 하고 싶었던 것에서 비롯된다. 요나는 아주까리 나무를 통해서야 하느님 자비를 깨닫게 된다.

 사실 요나는 연민이나 동정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요나의 문제는 자신의 삶이나 필요성에 따라 감정이 일어난 것이다. 요나는 니네베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으로 여기지 못했다. 이는 길 위에 떨어진 씨앗, 즉 자기의 관념 때문에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다.

 둘째 유형은 돌밭에 떨어져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이다. 돌밭에서도 식물은 어느 정도까지 자라나지만 뿌리가 오래가지 못한다. 이는 한때 믿다가 환란이나 시련을 겪으면 넘어지는 사람을 상징한다. 이를 욥의 예에서 볼 수 있다.
 욥은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행복해지기를 바랐던 사람이다. 삶의 고통과 시련에 직면해서 "내가 의롭고 죄 없이 살았는데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하느님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했다. 물론 욥은 흠 없이 살아간 사람이지만, 하느님은 욥의 시련과 고통을 바라보며 인간 존재가 무엇이며 삶의 궁극적 목표가 뭔지 가르쳐 주신다. 욥은 하느님께 "저에게 왜 고통을 주십니까. 왜 시련을 주십니까" 하고 물었는데 하느님은 뜻밖의 대답을 한다. 창조 때 일어난 일을 욥에게 물으시며 "내가 땅을 세울 때 너는 어디 있었느냐"라고 물으신다.

 욥은 드디어 깨닫는다. 인간은 자신을 중심으로 희로애락을 느끼지만, 하느님은 우주의 한점에 미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들여다보게 하신다. 이는 자신의 울타리, 인간 중심적 틀에서 벗어나 하느님 창조구원 계획을 하느님 자유에 따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죄한 이들이 왜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우리는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없다. 그러나 하느님은 끝까지 우리에게 좋은 일을 이루신다는 희망과 기대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 모두 우리의 뜻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복음 통해 얻는 하느님 은총의 열매

 셋째는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기는 하지만 결국 가시덤불로 인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다. 가시덤불에 떨어졌다는 것은 세상의 탐욕, 염려와 근심으로 마음을 가득 채워 인간 본연의 모습을 황폐하게 이끄는 것을 뜻한다. 말씀을 듣기는 했지만, 살아가면서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목숨을 부지하려고 무엇을 먹을까, 몸을 보호하려고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마라(…) 오히려 너희는 그분의 나라를 찾아라. 그러면 이것들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루카 12,22??31).

 마지막은 좋은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한 사람이다. 말씀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자 마음의 토양을 기름지게 할 필요가 있다. 곧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해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을 의미한다.

 복음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에서 마태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살펴봤다. 우리는 교회 공동체가 제시한 해석에 따라 성경 본문을 읽고 세 가지 관점에서 되새기고 숙지할 수 있다면 내면의 영성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가톨릭 신앙이 주는 보물처럼 중요한 성경해석 방법을 통해 우리는 생명의 씨앗을 담고 있는 하느님 말씀을 더욱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해석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 나아가 주님 말씀을 올바로 듣고 거기에 머물고자 애쓴다면 사람들 목소리, 진실을 듣는 기회가 더 풍부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주님의 말씀이 사회와 공동체 안에 뿌리내리도록 자신의 신앙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성경 말씀을 듣고 숙독하고 해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하느님 은총의 열매가 아닌가 한다.

정리=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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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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