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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아이들이 엄마를 ‘광신도’ 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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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50대 여성입니다. 어릴 때부터 신앙가정에서 자랐고 착한 남편과 결혼해서 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 특별한 부족함이 없는 저의 한 가지 고민은 남편과 아이들의 냉담입니다. 저는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고 미사에도 가고 싶은데, 남편과 아이들은 성당에 가자고 하거나 함께 기도를 하자고 하면 저를 ‘광신도’라고 부르면서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남편은 더 크게 볼륨을 높여 TV를 봅니다. 가족들을 신앙으로 이끌지 못한 탓에 성당에 가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점점 가족들이 야속하고 미워집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대답입니다

본당에서 판공성사를 집전하다보면 자매님과 같이 가족들이 냉담하는 것을 자신의 죄로 여기시는 분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고민을 넘어 죄로 여길 정도로 신앙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부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가족들의 냉담에 대해서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남편과 아이들에게 ‘성당에 가자’거나 ‘기도 하자’는 말을 당분간 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신앙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들에게 신앙을 전하고 증거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데서 오는 죄책감은 필요할 수 있지만, 자매님께는 오히려 다른 차원의 성찰이 필요할 듯 합니다.

“남편이 자매님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자녀들이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렇게 해주고 있는가?”

어느 날 어떤 자매가 기도를 했답니다.

“예수님, 저희 집에 오셔서, 기도는 안하고 야구중계만 보는 우리 남편 좀 혼내주세요.”

그날 밤 예수님께서 그녀의 집에 오셨습니다. 자매님이 생각하기에 예수님께서 오신 것도 모른 채 야구경기를 보고 있는 남편이 크게 혼나리라고 생각했는데 예수님께서는 남편 옆에 앉으셔서 함께 응원을 하시며 야구경기를 보시더랍니다. 그리고는 자매에게 함께 보자고 손짓하셨답니다. 예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정의 성화와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예화입니다.

때로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하느님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하느님은 자신의 부인과 함께 할 시간을 뺏고 마음을 빼앗은 분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자녀들은 자신들에게서 엄마의 관심을 빼앗아버린 분처럼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편과 자녀들에게는 하느님이 결코 사랑과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매님의 가족들이 자매님을 ‘광신자’라고 부르고 TV 음량을 높이는 모습은 하느님과 자매님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의 표지인 것 같습니다.

자매님, 성가정은 가족 모두가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가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신앙 안에서 각자 안에 함께 계신 예수님을 보도록 초대되는 가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남편의 기름때 묻은 손톱과, 부인의 흰머리와 낡아서 떨어진 구두를, 아이들의 한숨과 무거운 책가방을 보고 들으시면서 함께 계시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바로 그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을 발견하는 시간이고 예수님의 자리로 나의 발을 옮길 수 있는 힘을 청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남편이 오시기 전에 기도를 마치시고 맥주 한잔 따라서 남편 옆에서 함께 TV를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내용이냐고도 물으시면서요. 재미없거든 속으로 조금만 더 참게 해달라고 기도하세요.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말입니다.


김인호 신부 (대전가톨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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