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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저를 보고 ‘냉혈한’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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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요

저는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친구가 다치거나 누군가 돌아가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에도 별로 감정이 없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도 별로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친구들은 저에게 감정이 없는 ‘얼음 공주’ 또는 ‘냉혈한’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감정이 드는 사람들이 거짓말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제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대답입니다

‘감정’과 관련하여 정신의학에서는 우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무감증’인지 아니면 감정을 느끼기는 하지만 표현을 하는데서 어려움이 있는 상태인지를 구분합니다. 대부분의 내담자들이 ‘무감증’인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어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했을 때 올 수 있는 부정적인 반응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주로 ‘무관심’이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어떤 사건이 자신의 감정까지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 점점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때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남아 자신도 모르는 말투나 행동 등 비언어적인 메시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정이 몸을 통해 표출되는 것이 조금 과하게 일어나면 ‘신체화 장애’로 까지 번지게 되면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시댁에 가야하는 며느리가 이유 없이 배가 아프고, 머리가 아픈 것을 체험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됩니다. 자신이 감정을 인식하는 것에 서투를 때에는, 때론 자신에게서 나타나는 몸의 반응을 보면서 감정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유 없이 머리가 아플 때는 ‘내가 화가 났구나!’, 또는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감정은 이성이나 영혼과 같이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입니다. 감정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때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킵니다. 간혹 운동선수들이 중요한 순간에 일시적으로 감정 기복이 없는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것,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에서도 감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감정이 수많은 신앙인들로 하여금 순교하게 했고 이웃에 대한 사랑이 희생을 가능케 하였듯이 감정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에만 치우치는 신앙생활은 문제이지만 감정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신앙생활 역시 건강하고 행복한 신앙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의 행복은 그 힘을 잘 사용함으로써 오는 것이지 두려움으로 인해 그 힘을 제거하려 해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습니다.

자매님, 우리 안에는 아직 성장하고 있지 못한 채 자고 있는 많은 영역들이 있습니다. 그것을 깨우는 것과 서투르게 표현하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친한 사람들에게서부터 시작해보십시오. 서투르게나마 감정 표현 작업을 시작했으니 도움을 달라고 청하면서 말입니다. 또다른 세상이 자매님에게 펼쳐질 것입니다.



※ 문의 : 이메일 info@catimes.kr 을 통해 김인호 신부님과 상담하실 수 있습니다.


김인호 신부 (릭대·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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