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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32) 축구공

진정한 배려는 대화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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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도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부활절 엠마우스로 시골 운동장에서 하루를 신나게 운동을 하기로 했답니다. 이에 체육 담당 수사님은 운동을 통해 형제들이 신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30여 명의 젊은 형제들이 하루 종일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혼자서 부지런히 준비를 했습니다. 야구를 할 수 있는 모든 장비들, 농구공, 배구 및 족구 네트와 배구공과 족구공 등을 수소문하여 빌려놓았습니다. 간식은 말할 것도 없이 푸짐하게 말입니다.

부활대축일 날 아침, 성대한 전례가 끝나고 형제들은 엠마우스 장소로 떠났습니다. 모처럼 단체 외출이라 형제들은 차 안에서 수다를 떨고, 노래도 하고, 간식을 먹으면서, 봄의 정취와 부활의 기쁨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만끽했습니다. 체육 담당 수사님 역시 엠마우스 장소에 도착했을 때, 모든 종목의 운동 경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은 장비를 보고 형제들이 깜짝 놀랄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 설렜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수사님들은 순식간에 운동장에 모여, 오랜 만에 실컷 몸을 풀고자 운동복을 입고 축구화도 갈아 신었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은 무언가를 찾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축구공!

그 수도원 전통은 오후 내내 전반전 두 시간, 후반전 두 시간 축구만을 한 후, 저녁에는 삼겹살 파티를 하는 것입니다. 30여명의 형제들은 이구동성으로 축구공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체육 담당 수사님은 다른 것 챙기느라 정작 축구공은 빠트리고 안 가지고 온 것이 생각났습니다.

“완벽하게 준비를 했는데…. 글쎄! 축구공만 빠트렸네요.”

이 사실을 알게 된 장상 수사님은 빙그레 웃으며 그 형제에게 말했습니다.

“수도원 전통이 오후 내내 지칠 때까지 축구만 하는 거잖아! 형제는 그저 편을 적절하게 나누고, 심판을 좀 정해서, 오후 내내 모든 형제들이 운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안배하는 건데! 너무 많은 걸 신경 쓰느라 정작 필요한 건 준비를 못했구나!”

누군가 승합차로 시골 읍내에 가서 축구공 사가지고 한참 후에 왔고, 오후 늦게 서야 비로소 아주 잠깐이라도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그…. 그 수사님 속상했겠다!’

누구나 책임을 맡으면 최선을 다해 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가끔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욕구 차이에서 오는 마찰로 혼란을 경험합니다. 누가 봐도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것은 확실한데, 그것이 모두의 마음에 잘 맞지가 않아, 결국 자신의 선함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준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 안의 좋은 생각과 좋은 마음을 혼자서 성급히 실천에 옮기기 전에, 그것이 자신에게만 좋은 것인지 타인에게도 진정 좋은 것인지를 분별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관계를 이어주는 ‘대화’는 서로를 알게 해 주는 좋은 소통의 창구이며, 동반 성장의 중심이 됩니다. 혹시 지금 좋은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그러면 옆 사람과 대화해 보세요. 그 좋은 생각이 더 좋은 마음이 될 테니까요!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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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빗 11장 17절
그때에 토빗은 하느님께서 자기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눈을 뜨게 해 주셨다는 사실을 그들 앞에서 밝혔다. 이어서 자기 아들 토비야의 아내인 사라에게 다가가 그를 축복하며 말하였다. “얘야, 잘 왔다. 얘야, 너를 우리에게 인도하여 주신 너의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빈다. 너의 아버지께서 복을 받으시고 내 아들 토비야도 복을 받고, 그리고 얘야, 너도 복을 받기를 빈다. 축복 속에 기뻐하며 네 집으로 어서 들어가거라. 얘야, 들어가거라.” 그날 니네베에 사는 유다인들도 모두 기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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